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시현 May 20. 2024

인자는 암것도 모르겄어야

소년이 온다

인자는 암것도 모르겄어야.

5월의 열흘. 그 일이 있고, 그 일을 겪은 채로 덩그러니 남겨진 사람들. 그 일과 함께 사라진 사람들, 그 일로 인해 살아야 하는 사람들. 어떤 표현을 쓴다 한들 그때를 겪은 이들의 마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그들의 마음에 감히 공감하려는 마음조차 미안함이 들 따름이다.


5월은 누구에게나 푸른 계절일 것이다. 꽃이 활짝 피다가, 거리에 날리다가, 이내 잎사귀들은 푸르러진다. 모든 것이 만개하고 활개치는 계절에 흔들었던 태극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낡고 해진다. 오롯이 기억하기 위해 해진 마음을 간직하는 일. 그들이 손에 쥐고, 그들의 몸을 감싼 그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러니까... 우리는 고귀하니까.
지금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까.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 거야. 우린 도륙된 고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나무 그늘이 햇빛을 가리는 것을 너는 싫어했제. 조그만 것이 힘도 시고 고집도 시어서, 힘껏 내 손목을 밝은 쪽으로 끌었제. 숱이 적고 가늘디 가는 머리카락 속까장 땀이 나서 반짝반짝함스로. 아픈 것맨이로 쌕쌕 숨을 몰아쉼스로.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못 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끌려 걸어갔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는데,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어라운드 매거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