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초등 1학년 아침
무슨 일이든 시작하고 난 뒤 첫 2주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초등학생으로의 첫 2주, 오늘 우리 아이는 부지런히 달리고, 뛰듯이 걸어 다행스럽게도 8분 전에 세이프!
돌아오는 길, 교문 앞 작은 골목까지 자동차들이 빼곡하게 줄을 서있었다. 신호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차들에 막혀서 꼼짝도 못 하는 상황이 되니 아이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톡톡 튀어나와 바쁜 걸음을 재촉하더라.
가방을 보니 전부 삐까번쩍 홀로그램이나 달려있는 특정 브랜드의 키링 인형, 스팽글이 들어간 시나모롤 디자인이 올해 에디션인걸 보니 전부 1학년들이네. 너네들도 모두 첫 2주 잘 지낸 거 기특하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아침에 끓여준 버섯 수프가 몇 숟갈 못 뜨고 반이나 남아있는 채였다. 에고, 우리 애기. 아침에 서두르라고, 빨리빨리 하라고 최선과 진심을 다해 다그친 게 못내 짠하고 미안해진다.
아니, 근데 일어나긴 또 일찍 일어났잖아. 나가는 시간 벌써 여러 번 일러줬는데 그때까지 뭐 한 거야, 후딱후딱 안 하고.. 다들 바쁜 아침 시간에 엘리베이터 타이밍 한 번 꼬이면 망한다구! 내려가면서 층층이 설 때, 문이 한 번 열렸다 닫힐 때, 사람이 즉시 안 타고 미적 댈 때, 문이 열렸는데 이제 막 걸음마 시작해서 꼬물락 거리는 아이를 대동한 어린이집 등원 크루가 문 앞에 있을 때, 왜 모든 동작이 전부 0.5배속 슬로우 걸려서 보이는 건지. 속으로 얼마나 촘촘히 조바심 나는 지 모를걸.
아냐. 아이도 자기 페이스가 있는데 내가 너무 볶으면 안 되겠다. 사실 아침에 8분이나 먼저 교문 통과해서 들어간 거면 그래도 시간 맞춰 다니는 거니까 그만큼 짜증 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마음은 급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서두르다 계단에서 넘어지지는 않을지.. 사촌동생도 딱 그렇게 하다 어디가 다쳤다고 했었어, 엄마, 릴랙스, 릴랙스.
근데, ~분까지, 라는 기준은 교문을 통과하는 시간이 아니라 교실에 앉아있는 시간을 말하는 거니 교실까지 가서, 신발 갈아 신고, 자리 정리하고 앉아서 책 보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8분이 그렇게 넉넉한 것도 아니잖아. 더 일찍 다니자. 5분만 더 앞당겨서 여유롭게 가면 얼마나 좋아. 그래도 애한테 아침부터 짜증 내고 들들 볶지 말기로 한다. 제발..
아이 데려다 놓고 곧바로 출근 안 해도 되는 지금 이 모양인데,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도 없고 점점 빠져나가기만 하는 잔고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한편 휴직의 상태가, 그래서 아이 데려다 놓고 또 부랴부랴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가....... 같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의 연속.
어휴, 그만하자.
엄마도 아이도, 우리 모두 화이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