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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Sep 15. 2023

커피 앤 시가렛 COFFEE & CIGARETTES

광화문 직장인의 세이프 스페이스를 찾아서



모든 직장인들에게는 각자의 세이프 스페이스 Safe Space가 있다. 상사나 동료의 눈길을 피해 회사 주변의 비교적 사람이 덜한 카페가 될 수도 있겠고, 오디오 비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화면 보며 이어폰 끼고 내가 편한 속도로 식사할 수 있는 혼밥집이 될 수도 있겠고, 흡연자에게는 하늘을 보며 한숨 돌릴 옥상도 될 수 있을 것이고...





광화문-시청 근처에서만 12년 넘게 지내고 있는 나는 꽤 괜찮은 '점심시간 산책 코스 - 혼자 조용히 숨어있기 좋은 곳'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1. 요지부동의 1위, 교보문고 - 라 쓰고 핫트랙스라 읽는.. - 산책

(다만, 홧김에 급발진해서 문구류 플렉스 하게 되는 것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2-A코스 마마스 샐러드, 파니니 먹고 청계천 파워 산책

2-B코스 근처에서 아무거나 최대한 빠르게 먹고 정동•고종의 길 파워 산책

2-C코스 밥 포기하고 서울 도서관 서가들 사이에 숨기


3. 그리고 유원빌딩이다.


어차피 세이프 스페이스를 찾는 이유는 속 시끄럽고 답답하고 속상하고.. 암튼 뭔 일이 있기 때문이므로 ㅋㅋㅋ 밥은 쿨하게 패스하기로 하고, 일단 간다. 어디로? 유원빌딩으로. 날씨 좋을 때는 특히 많이 가줘야 한다.









화창하고 맑은 날씨. 가을의 광화문 일대는 정말 아름답다.





왔다. 나의 안전지대.




커피 앤 시가렛. 이름처럼 커피와 담배를 판다.





온통 파랑파랑파랑. 내가 제일 사랑하는 채도의 파랑.

이른바 IKB - International Klein Blue 라고 하는, 이브 클랭 (Yves Klein)의 블루다.


그 와중에 이브 클랭은 어떻게 세상의 수많은 색상들 중에 파란색을, 그것도 자기만 쓸 수 있는 채도, 명도의 파랑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자신만의 짙고 깊은 울트라마린 블루를 만들고, 거기서 더 나아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색상에 대한 특허를 내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천재적이고 집착적이면서도 지독하다는 생각.





17층 통창으로 보이는 탁 트인 시티뷰! 찐 뷰 맛집. 날이 워낙 맑아서 멀리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노트와 펜도 챙겨 왔다. 속풀이 (?) 하려고.......











커피 맛있어서 마음 풀리기 시작!

쓰기 명상하면서 마음이 완전히 풀렸다.




로고도 예쁘다. 센스 있어.




저 이 집 단골이기도, 문덕이기도 한데, 카페 자체 굿즈까지 산다? 찐으로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그립톡도 두 개나 있다. 하나는 쓰고 있고.. 최근에 나온 b.city 점, baby! 버전도 있음 ㅎㅎ









이날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방문객 구성은 세 부류:


1 시청•광화문 일대의 직장인

2 힙플 카페에 놀러 온 예쁘고 스타일리시한 힙스터들 (크롭티+와이드팬츠+바게뜨백+오버립+창문 실루엣 또는 거울에서 셀피 무한정 찍기)

3 커피*뷰로 힐링하러 온 힘들고 지친 나 ㅠㅠ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며 (ㅎㅎ) 잘 숨어있다가 왔다.



문득 이 글을 쓰면서도 어, 나 여기 뺏기면 갈 데 없는데... 싶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이곳에서 숨어있는 나를 만난다면 모르는 척 해주기!




#커피앤시가렛 #광화문직장인의세이프스페이스

#일하는사람의안전지대를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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