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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Mar 11. 2024

'애기' 보고 싶어.

월요일 아침 등교길에


우리 어린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어느 애기 엄마가 한 손에는 추울세라 꽁꽁 싸매어 입힌 애기의 작은 손을, 또 한 손에는 'ㅇㅇ어린이집'이라고 쓰인 가방과 낮잠이불 세트, 그리고 어깨에는 자신의 핸드백을 끼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뒤뚱뒤뚱 걷던 한 살 반 시절


아 그러네, 매주 월요일이면 낮잠이불까지 챙겨서 가야 됐었지. 저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먼 옛날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아침마다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입히느라 한참 실랑이 하고, 순한 편이지만 호불호가 강해서 본인이 싫은 건 죽어도 싫은 울음보가 터진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발걸음을 재촉했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쓰레빠 무슨 일이죠......... 옷은 입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출근해야 하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 어린이집 가방과 낮잠이불, 새 기저귀 세트는 챙기고 정작 나는 준비 하나도 안 된 상태로, 쓰레기 분리수거 하러 갈 때나 신는 슬리퍼를 그대로 끌고 버스 정류장까지 실컷 내려갔던 적도 있었으니..






교문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아, 정말 많이 컸구나 싶어 그의 성장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골목을 돌아 마주친 '애기'와 애기 엄마를 보니 우리 초등생의 귀엽고 깜찍했던 순간들이 스쳐간다.


초보 엄마아빠여서 그저 늘 잠이 부족했고 아이가 울면 같이 울고 싶어지기도 했고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힘이 부쳐서 그 순간들을 즐기지 못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아보니 너무, 정말 한없이 사랑스러웠더라. (이것도 어쩌면 시간이 지나 미화된 기억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우리는 "왜 'ㅅ'발음을 아직 잘 못하지? 혀짤내기 되는 거 아니야?" 같은 걱정을 태산같이 했었건만.. 지금 보니 좀 웃긴다. 그냥 애기니까.. 심장 아플 정도로 귀여운 거였는데. 아이고...... 쓸데없다.


애기 시절의 네가 한없이 보고 싶고 그리워진 월요일 아침 등교/엄마 추억여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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