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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Mar 08. 2024

잃어버린 잠옷을 찾아서

잠옷 도둑이 된 이유


며칠 전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잠옷이 안 보였다.


프로 집순이에 청소팡인이지만 모든 집안일 중에 빨래를 - 엄밀히 따지면 다 된 빨래 접고 개켜서 제자리에 정리 정돈하면서 시간에 매이게 되는 것을 - 가장 싫어하는 1인이라 우리 집 빨래 돌리기는 90% 오빠가 담당하고 있기에 빨래통에 갖다 넣어놨나 싶어 다른 잠옷 세트를 입고 잤다.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부터 '이제 너는 초등학생이니까 엄마나 아빠가 재워주지 않아도 시간 되면 스스로 들어가서 혼자 잠들 수 있지?' 선포했다. 꼭 엄마아빠가 이제 몇 시다, 뭐해라,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시계 보고 잘 시간 되면 이 닦고 세수하고 책 조금 읽다가 불 끄고 혼자 잠들어야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계속 연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한 달 정도만 돌아봐도 열에 일곱 번 정도는 1. 무섭고 2. 이상하게 잠이 안 오고 3. 갑자기 목이 너무 마르고 4.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고 5. 엄마가 옆에서 '쪼끔만 같이' 있어줬으면 좋겠고... 등, 갖은 핑계를 대가며 혼자 들어가서 자는 훈련이 잘 안 되는 게 사실이었다. 순간 무섬증이 일었는지, 갑자기 일어나서 안방까지 도도도.. 달려온 적도 여러 번. 너어?? 이 시간에 이렇게 뛰면 '이놈 할아버지' 올라온다고! (대체 이놈의 '이놈 할아버지'는 언제까지 우리 집 아래층에 사셔야 되는 걸까.)


그래도 요 며칠은 성공했다. 낯선 환경, 새로운 분위기, 처음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완전히 바뀐 초등생 스케줄까지.. 그래, 너도 하루종일 피곤했을 테지.. 눕자마자 잠들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오늘 낮에 볕이 참 쨍하고 눈부시게 좋길래 아이의 침대 시트와 베갯잇을 세탁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건조까지 돌리려면 빨리 해야겠다 싶어 즉시 세탁물을 걷으러 갔다. 미니멀리스트에 보이지 않는 수납을 지향하는 엄마의 간절한 바람과는 상관없이 초(!) 맥시멀리스트에 즐비하게 줄 세우기 좋아하는 아이의 침대 위 수많은 인형들을 치우고, 이불을 훅 걷어내는데 저 구석에 뭐가 잔뜩 뭉쳐있다.



...?


뭐지...?

왜 내가 입던 잠옷이 여기에...???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엄마 잠옷이 시언이 침대 이불속에, 스노우 (큰 곰인형의 이름) 밑에 꼭꼭 숨겨져 있던데?

왜 거기다 숨겨놨어? 엄마 며칠 동안 계속 찾았어. 잠옷 없어져서~" 그랬더니,


우리 아이 왈 "혼자 자면서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 때마다 엄마 잠옷을 꼬옥 끌어안고 잤어요.

잠옷이 부들부들해서 좋아. 내 보물이라서 몰래 숨겨놓은거에요." 란다.


아이고......

극 NF형 엄마는 아이의 한 마디에 눈물이 줄줄 나네...........


너 초등학생이니까 이제부터 이렇게 해야 돼~ 했었는데,

아직 애기는 애긴갑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오늘은 엄마가 재워줄게.





초 맥시멀리스트 여섯 살의 침대. 인형 완전 많음 주의 ㅠ 엄마 잠옷 없어도 인형 친구들이 이렇게 많으니 괜찮지 않을까..? 는 언제까지나 엄마만의 생각이자 바람일 뿐인. 하하! 할머니는 '그냥 애 좋아하는 대로 하게 놔둬라 좀, '이라고 하신다. 음.. 아이 한정 무한대로 너그러워지시는 거, 모든 집이 다 그런 거 맞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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