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휴직일기를 쓰려하는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3년 3개월 즈음 다녔고,
2002년 처음 이 일을 시작했으니까 20년 정도 일을 했다. (중간에 2년 아내랑 일본에 유학을 다녀왔다.)
계산해 보니,
유학 갔던 기간을 빼고는 그동안 3주 이상 쉬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지진으로 유학에 실패하고, 한국 들어와서 잔고가 0원이었다.
최선을 다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열심히는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A 회사를 다니는 개발자에서, B 회사를 다니는 개발자로, 다시 C 회사의 개발자로...
12번째 회사를 맞이해서 2년 좀 넘게 일해오던 즈음,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일을 하다가 호흡이 가빠졌고, 가슴이 쿵쾅쿵쾅거렸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싶어졌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도무지 잠들 수가 없었다.
다음 날 바로 병원을 찾았고, 이후로 7개월 동안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잘 먹었다.
처음보다 증세는 나아졌지만,
역시 휴식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
진단서를 받아 휴직신청을 하고, 100일이라는 기간 동안 휴식을 갖게 됐다.
휴식이란 게 너무 값지게 느껴졌고, 무얼 하며 지낼까 생각하다가
'하루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 미뤄왔던 일들을 해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허투루 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휴직일기를 생각해 냈다.
매일 일기를 쓰고, 회고하면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이 시간이 끝난 뒤에 나에게, 앞으로 계속 살아갈 나에게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고...
휴직일기를 쓰겠다는 결심을 정리해서,
그동안 몇 번이고 떨어졌던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는데
휴직 시작일 전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래서 일단 써본다.
앞으로 100일 동안 나의 휴직일기.
빼먹지 않고 잘 썼으면 좋겠고,
휴직을 응원하고 배려해 주었던 나의 동료들, 친구들과 이 시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