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의 『노 휴먼스 랜드』를 읽고
SF는 최근 한국 소설계의 주된 장르로 떠오른 듯하다. 시대와 발 맞추어 나아가는 장르로서 SF는 활발하게 창작되고 읽히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F는 현실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현실과 절실하게 맞닿아 있어야 한다. 물론 나의 부족한 문학적 식견 탓이겠지만, 온전히 새로이 구축된 세계에서 일어나는 말 그대로 ‘환상적인’ 이야기는 잘 와닿지 않을 때가 많다.
김정의 『노 휴먼스 랜드』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지리적 배경은 한국, 서울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에 있을 법한 일을 그림으로써 김정은 현재에 관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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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종종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을 떠올려. 아직 완전히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얘기를 할 거 같아. 불안하면 뭐 어때요. 그 마음은 그냥 그대로 두고, 다른 걸 해 봐요. 일단 뭐든 해 보고, 어떻게 되나 봐요. 그리고 또 다시 해 보고, 어떻게 되나 봐요. 재밌잖아요. 같이 하면 더 재밌을 거예요.
어때, 별아. 너도 같이하지 않을래?
언제든 서울에 와도 좋아.
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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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목은 『노 휴먼스 랜드』의 말미에 등장하는 미아가 쓴 편지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편지에 등장하는 ‘그 사람‘은 미아에게 찾아와 머지않아 또다시 재난이 일어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며 불안을 내뱉는다. 그러나 미아는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재를 외면하지 않으려 안정적인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벗어던지고 서울로 떠난다.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파괴함으로써 나름의 해결 방안을 찾으려는 소장에 맞서, 과오를 인정하고 해결의 방법을 모색해야 함을 이야기했던 미아는 마침내 불안을 모아 변화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게 된다.
미래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불안을 불러오게 된다. 피할 수 없는 불안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래를 변화시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