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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소리 Jun 08. 2024

상어 밥의 생존수영

공포심을 극복하다

  

  괌은 다섯 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으로 갈 수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지로 무난한 곳이다. 숙소인 하얏트호텔의 투몬 비치 해변은 발코니에서 내다보이는 바다가 에메랄드빛이다. 하얀 산호모래가 바다 빛깔을 보석으로 만든다. 저녁 낙조도 남태평양의 정취를 듬뿍 느끼게 한다. 바다 뒤로 홍시빛깔 여운을 남기고 넘어가는 해를 배경으로 카누 경주를 하는 배들의 실루엣이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노을은 그곳에서 누구나 머리에 꽂고 다니는 하얀 플로메리아꽃 마저 홍조를 띠게 하여 그리움을 나풀거리게 한다.


  다음 날 돌핀크루즈와 스노클링을 하였다. 배의 선장이 주의 사항을 이야기하며 남편에게 수영을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못한다고 하니 '상어 밥'이라고 놀린다. 놀림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배의 흔들림을 즐거워했다. 돌고래는 보지 못하였지만 파란 날치가 날아다니는 바다의 무궁한 푸른빛에 빠져들었다. 한 시간 여를 달려 스노클링 장소에 도착하여 라이프 재킷을 입고 수경을 쓰고 얼굴을 바다에 담근 채 둥둥 떠다니며 바닷속을 들여다보았다. 먹이를 주니 다양한 빛깔의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달려온다.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보듯 바닷속을 들여다보며 떠다녔다. 환호하며 알록달록한 물고기를 따라다니다 물고기의 먹이가 소시지인 것을 알았다. 순간 사람들이 물고기의 식성조차 바꾸어 놓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먹이 사냥을 하지 않고 주는 소시지만 먹고 비만해진 만화영화 주인공 ‘니모’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연에게는 사람이 독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다음날은 차를 렌트하여 사랑의 절벽과 에메랄드 벨리, 이파오 해변을 다녀왔다. 두 남녀가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바다로 떨어졌다는 전설을 지닌 절벽에는 사랑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자물쇠들이 무수히 매달려있다. 각자의 마음속에 매달아 놓았을 쌍둥이자물쇠가 절벽의 햇살에 낡아가고 있었다.

 하얏트 호텔은 수영장이 3개나 있어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낮에 관광을 하고 사흘간 매일 저녁마다 수영을 하였다. 수영을 갓 배운 손녀는 아빠와 수영 연습에 열중이다. 문제는 남편이다. 물을 엄청 무서워하는 그에게 수영을 가르치려 여러 번 시도했지만 아예 얼굴을 물속에 담그지 조차 못하며 공포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내 손목을 잡고 머리를 물속에 담가 보라고 해도 끙끙거리며 힘들어했다.    

 

  그는 어려서 강가 가까운 곳에 살았다. 동네의 아이들이 모두 개구리헤엄이라도 하는 데 그는 유독 물에 들어가지를 못하였다고 한다. 지금의 성수대교 근처의 강을 사람들은 무시막 강이라고 불렀다. 그 강에서 여름마다 아이들이 물에 빠지곤 하는 것을 보아온 것이 그의 공포심을 자라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아이들은 헤엄을 쳐서 강 건너 봉은사 쪽의 과수원에 과일 서리를 갔다 오는데 그는 겨울에 얼음이 얼어야 과수원 쪽을 가 보았다고 했다.

 그가 군대에 있을 때였다. 그에게서 계속 편지가 온다. 내용은 유격 훈련이 떨어졌는데 유격훈련 끝 무렵에 줄을 타고 호수를 건너다 물로 뛰어내리는 과정이 있어서 자기는 물에 빠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전자를 맡아서 물을 길으러 가면 그 과정을 면할 수 있다며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촉의 편지가 계속되면서 그의 공포심이 나에게 까지 느껴지는 것 같아 급히 돈을 구해 들고 의정부에 있는 부대로 면회를 갔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주전자를 맡았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는 유격도 무사히 마치고 28개월의 군대도 무사히 제대를 하여 나에게 돌아왔다.

 “고래밥, 하하하 아니 상어밥, 오늘은 수영을 좀 배우시지요.”

 예전에 가르치려다 못 가르친 수영 방법을 다시 설명하고 물에 뜨도록 적당히 받쳐주었다. 아들도 와서 거들고 손녀도 시범을 보이며 합동 작전을 폈다. 손녀의 모습을 보면서 공포심이 좀 가셨는지 열심히 따라 한다. 밤이 어두워지도록 연습을 하더니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한다. 다리에 힘을 빼고 유연하게 하라고 설명하며 근육을 풀어주었다.

 사흘간 저녁마다 수영을 하더니 이제 물에 조금씩 뜨기는 뜬다. 이번 여행의 백미다. 어릴 때의 공포심을 칠십이 넘어서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여행을 가자고 하면 언제나 거절부터 해서 내가 저질러 놓아야 따라나서곤 한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면서, 뉴질랜드의 피오르드 절벽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를 보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던 그의 모습이 나를 기쁘게 했었다. 이번 여행은 어떠했는지 물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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