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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광효 Jun 28. 2024

79.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해운대 주간일기 79.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지난 주말에 6년간 중고교를 함께 다녔던 서울 사는 친구가 부산을 왔다.

대학도 같은 학교에 다닐뻔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해 우리는 서울과 부산으로 헤어졌다. 그래도 우리는 대학 시절에 편지를 상당히 주고받았다. 주로 암울한 국내상황과 서울 대학생들의 고민, 중앙과 지방의 격차 등이 주제가 되었다. 난 서울을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고, 서울을 가 보고 싶은 욕구를 일으켰고, 나중엔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글로벌 마인드는 그때 싹을 틔웠다.


내가 서울을 가거나 친구가 부산을 올 때면 우리는 얼굴을 본다.

내가 미국 미시간에 파견 나갔던 때에 친구도 그곳 인디애나폴리스에 있었다. 가족을 데리고 친구 집을 방문하여 미국 생활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작년에 부산에 왔을 때 우리는 자갈치, 영도, 부산박물관과 황령산 전망대를 찾아 부산의 과거와 미래, 국가와 도시의 흥망 등의 이야기를 나누고, 은퇴 이후의 삶과 건강을 걱정했다. 우리는 부산박물관에서 부산의 고대역사를 배웠다.


이번엔 친구가 오는 날 비가 제법 내렸다.

중앙동 뒷골목에서 돼지국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최근에 개관한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갔다. 애초에는 용두산공원을 중심으로 한 부산 원도심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으나 비가 우리를 근현대역사관으로 이끌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문현금융단지로 이전한 후 기존 건물이 부산시로 이관되어 역사관으로 거듭났다. 그래서 이 건물 지하에 현금을 보관하던 금고가 있다. 이곳에는 3층 ‘근대도시 부산’, 4층 ‘현대도시 부산’의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자료와 설명들이 층별로 나누어져 전시되고 있다.


 ‘일제 식민지시대’와 ‘일제 강점기 시대’ 등 각종 용어의 사용부터 시대별 상황과 부산시민들의 의지, 열망 등 전시내용에 아쉬운 점이 제법 눈에 띄었다. 올봄에 방문한 ‘목포근대역사관’이 훨씬 알차고 체계적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느 분이 주도해서 전시내용을 만들었는지 모르나 디테일이 약해 보인다.


또 바로 옆에 미국문화원으로 사용되던 2층 건물이 부산시로 이관되어 역사관 별관으로 탈바꿈한 건물이 있다. 이곳의 로비 공간은 소규모 공연이나 토크콘서트로 활용되고, 나머지는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다.


여전히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시간은 여유롭다.

근처 동아대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부산 및 인근 지역에서 발굴한 유물이 많기로 유명하다. 동아대를 설립한 석당 정재환 님이 대학에서 고고학, 역사학을 육성하는 한편 개인으로도 각종 유물을 수집하였다. 


동아대는 고대시대의 유물 발굴에 있어 전국에서 손꼽는 대학이 되었고, 동아대 박물관은 최고 수준의 대학박물관이었다. 지금의 ‘동아대 박물관’은 옛 경상남도 청사를 임시수도 정부청사로 사용하다가 부산고등법원 건물이 되었다. 법원이 연제구로 이전하자, 이 건물을 동아대가 인수하여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건물 자체가 ‘국가 등록문화재’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이다. 소장품 중에는 ‘동궐도’(국보)가 유명하다. 동아대의 그 찬란한 명성은 어디쯤 있을까. 


이 건물 뒤편에 ‘임시수도 기념관’이 있다. 임시정부 시절에 이승만 대통령의 집무실 및 관저로 사용하던 건물과 이웃의 검찰청 관사를 묶어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피난 시절의 부산의 사회상을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과 주변의 거리가 온통 피난 시절의 고단함과 아픔만을 표현하고 있다. 임시정부 시절 전쟁에 대응하고, 피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던 우리의 열망과 의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부산에 온 친구 덕분에 부산의 근현대역사를 다시금 생각한다.

부산항의 개항으로부터 일제 강점기, 광복, 6.25 전쟁과 임시수도, 산업의 태동, 부마 민주항쟁과 6.10 민주화운동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부산은 늘 앞서서 행동했다. 그런 면에서 근현대 역사관과 임시수도기념관은 너무 부족한 점이 많다. 역사가와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다시 한번 살펴봤으면 좋겠다.


고맙다. 친구야! 종종 보자꾸나.(24.6.28)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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