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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Jul 18. 2024

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7월 2주)

SAN E, (여자)아이들, 츄, Fyeqoodgurl 외


"변화와 올드의 이상과 현실"


1. SAN E(산이) - ‘LV Song Model’

쥬니 : 대중들에게 밝고 키치한 멜로디의 랩 스타일로 대중들에게 강하게 인식된 산이가 기존의 음악 스타일과 다른 감성 힙합의 싱글 앨범을 발매했다. 미니멀하며 몽환적인 비트와 싱잉랩으로 구성된 코러스는 피처링 아티스트 KIDO의 음색이 더해져 트렌디한 감성 힙합의 무드를 잘 구현했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게 오토튠이 걸린듯한 보컬튠과 중간중간의 추임새는 오히려 대조되게 들려 올드하게 느껴져 아쉬웠다. 비트와 피처링의 완성도는 산이의 곡이지만 곡의 주인을 뺏긴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전반적인 곡의 완성도가 높지만 트렌디한 비트와 대조되는 산이의 랩 스타일과 추임새는 곡을 더 올드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갈 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존에 쌓아온 음악적인 콘셉트와 캐릭터성을 줄이고 시도한 것의 결과이기에 더욱더 아쉬웠다.





"흥겨운 리듬 속 2%의 허전함"


2. (여자)아이들 - [I SWAY]

루영 : 이번 앨범 [I SWAY]는 전작 [2]에 비해 사운드와 힘을 많이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곡인 레트로 썸머송 ‘클락션(Klaxon)’을 비롯해 경쾌하고 부드러운 이지리스닝 장르의 4곡으로 채워졌다. 도입부부터 울려 퍼지는 베이스와 브라스, 그리고 '클락션'이라는 제목처럼 킬링포인트에 배치된 자동차 경적음은 여름 시즌 특유의 흥겹고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Pre-Chorus에서 8박자로 연주되는 피아노 트랙은 2000년대 추억의 팝송을 듣는 것 같은 레트로함을 더한다.


소연의 개성 강한 음색이 곡 전반의 분위기를 지배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미연의 시원시원한 보컬이 주가 되는 곡이다. 특히 후렴구 'I love you baby / 야 나 좀 봐줘 lady'에서는 거북이 ‘비행기’ 도입부와 같은 2000년대 초반 썸머송의 청량감이 느껴지고, 이는 멤버들의 다양한 음색 사이에서 곡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다만 이어지는 의성어 'HONK'의 반복은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경쾌하고 빠른 템포에 배치되기에는 힘이 빠지기 쉬운 발음인 데다, 그 파트를 맡은 멤버의 보컬 파워도 크지 않아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 여름을 겨냥한 곡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결을 가진 ‘덤디덤디’처럼 임팩트가 꽉 찬 후렴구가 있었다면 더 완벽할 수 있었던 곡이었다.


곡 하나하나로는 편안하고 가볍게 듣기 좋긴 하지만, 앨범으로서는 타이틀곡만큼 인상이 뚜렷하게 남는 수록곡이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아쉬움을 남긴다. ‘덤디덤디’와 같이 여름 시즌 싱글 앨범으로 더 가볍게 발매해도 무방했을 것 같다.





"달려가 줄게 빛의 속도로"


3. 츄 - [Strawberry Rush]

 : 지난 10월 솔로 활동을 시작한 츄의 두 번째 미니앨범이 나왔다. 전작 ‘Howl’에 이어 독특한 사운드를 지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기계음 가득한 사운드임에도 보컬은 깨끗하게 믹싱되어 청량한 팝을 구사하는 것이 일관되는 부분인데, 이 때문에 보컬이 튄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강렬한 신스 사운드가 넘쳐나는 경향 속에서 다른 음악들과의 차별점이자 중독성을 부여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확신한다. 중간중간 거친 발음으로 귀를 잡아끄는 ‘수신 오류 삐’ ‘퓽퓽퓽!’ 등의 가사 역시 감상 포인트를 더해주었다.


츄는 성량보다는 섬세한 보컬 컨트롤 능력이 강점인 가수다. 곡별로, 파트별로 진성부터 가성까지 자연스럽게 오고 가며 발성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 특징이다. ‘Lucid Dream’에서는 듣기 좋은 깨끗한 음색과 뮤지컬스러운 발성 사이의 적절한 완급조절이 돋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수록곡에서도 다양한 장르와 독특한 사운드의 시도를 보여주었던 전작과 비교하면, 츄의 섬세한 보컬과 음색을 들려주는 것에만 집중해 음악적인 면에서는 지나치게 미니멀 일변도로 간 느낌이다. ‘Chocolate’은 전형적인 레트로 신스팝 그 자체라 민망한 수준.


결론적으로 수록곡은 아쉬웠지만 타이틀만큼은 전작보다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레트로 게임 효과음을 더한 신스웨이브 장르의 음악, 게임 콘셉트의 뮤직비디오와 히어로 소녀라는 콘셉트까지 모두 일맥상통한다. 기존 츄의 캐릭터와 더욱 부합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츄가 예능에서 쌓은 인지도와 캐릭터에 비해 가수로서의 인지도와 정체성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음악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가수 츄로서의 확실한 음악적 정체성을 쌓고 탄탄한 리스너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인 시점이다. ‘Howl’로 호평을 끌어낸 만큼 이지리스닝에 조바심 내지 말고 계속 독특함과 사운드 퀄리티를 놓치지 않는 앨범을 내주었으면.





"장인이 차려준 팬들을 위한 코스요리 같은 앨범"


4. Cigarettes After Sex - [X’s]

쥬니 : 국내외에서 드림팝 장르로 탄탄한 코어층을 쌓아온 Cigarettes After Sex가 5년 만에 새로운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음악적 정체성을 확정시키며 기본기에 충실한 드림팝을 구현해 냈다. 에코가 많이 걸린 기타 루프, 차분한 드럼 소리와 잔잔하게 깔리는 신스 패드의 코드 진행을 통해서 드림팝 고유의 나른하고 차분한 느낌을 잘 형성했다. 더불어 이러한 미니멀한 트랙은 보컬의 몽환적이고 나른한 보컬의 음색을 더욱더 돋보이게 만들어줬다.


앨범에 수록된 전반적인 곡들의 완성도는 높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구성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앨범의 수록곡들이 대부분 비슷한 곡의 구성, 악기 사운드와 템포로 이루어져 있어, 이는 전체 앨범을 듣기에는 조금 지루하고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트랙 수가 많은 만큼 중간에 분위기를 환기시켜 줄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의 트랙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는 오랫동안 앨범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아티스트의 확실한 강점을 보여준 선물 같은 선택이었다. 2집 [Cry] 이후 5년의 기다림 후의 앨범인 만큼, 기다리던 팬들에게는 앨범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가 인상 깊게 여운이 남았을 것 같다.  앨범 전체를 통틀어 잊히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가 녹아 있어, 팬들에게 높은 만족감과 뜻깊은 의미 있는 앨범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잔잔한 물결에 파문을 일으켜야 할 때"


5. Fyeqoodgurl - 'Perfume (feat.oceanfromtheblue)'

루영 : ‘Hype Boy’ 커버곡으로 SNS에서 화제가 되었고, Mnet 경연 프로그램 '퀸덤퍼즐' 출연으로 K-POP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태국의 싱어송라이터 Fyeqoodgurl(이하 Fye)이 새 싱글로 돌아왔다. 여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R&B 장르의 곡이며, 어쿠스틱 기타와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신스가 차분하고 딥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Fye 특유의 그루비한 미성의 보컬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음악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우려가 되는 점은, 첫 음반을 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낸 곡이 비슷한 장르와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R&B에 강점을 갖고 있는 보컬리스트임을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서,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계속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매한 음원이 모두 귀에 꽂히는 훅이나 멜로디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버리는 곡이다 보니 몇 번씩 들었음에도 기억에 잘 남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이는 태국 국내 아이돌 출신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을 넘어 글로벌 팝스타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스스로 재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퀸덤퍼즐'에 출연했을 때 한국 활동에 대한 꿈을 직접적으로 밝힌 바가 있듯이, 단순히 유튜브 채널을 통해 K-POP을 커버하는 것 외에도 ‘POM POM’, ‘Now Or Never’ 등 본인 곡의 한국어 버전을 함께 발매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 음반 시장으로의 진입을 여러 번 시도해 왔다. 이번 싱글에서도 국내 R&B 아티스트가 피처링뿐만 아니라 작사ㆍ작곡에도 같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한국 아티스트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인 게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수해 온 음악적 스타일만으로는 한국 대중에게 어필할 만한 한 방이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다. '퀸덤퍼즐'에서 EDM이 강조된 하우스 장르의 음악 ‘i DGA(i DON’T GIVE A)’도 소화해 낸 적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가창력이 더욱 돋보이거나 파워풀한 훅이 있는 음악 등 보다 다양한 장르의 필모그래피도 쌓아보면 어떨까.





"진화에 가까운 변화"


6. Mabe Fratti - [Sentir Que No Sabes]

 : 실험 음악가, 아방가르드 음악가로 분류되는 첼리스트 마베 프라티. 차분한 보컬과 비틀리고 왜곡된 첼로의 조합이 그녀 특유의 기묘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녀의 음악에서 첼로는 베이스로, 기괴한 효과음으로, 불협화음으로, 샘플로서 존재한다. 그간 고전 음악과 실험 음악, 전자 음악을 넘나들곤 했는데, 이번 앨범은 ‘Pantalla azul’, ‘Oídos’, ‘Márgen del índice’ 등의 트랙이 초기에 비해 명백히 팝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불협화음이 주를 이루는 전작들과 달리 신비롭지만 듣기 좋은 멜로디를 연주한다. 완전히 실험적인 형태에 가까웠던 초기 앨범과 비교하면 진화에 가까운 변화다.


실험적인 음악을 팝과 절충시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작업을 흠잡을 데 없이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동시에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본인만의 영역을 구축하기도 했다. 팝에 가까워졌다는 것이 아방가르드적 성격을 버리고 기존의 관습을 따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녀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 더 많은 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으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높게 평가하고 싶다. 어딘가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영화의 한 장면을 감상하는 듯한 몰입감과 극적 긴장감을 선사하는 앨범이다.





※ '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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