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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Nov 19. 2024

루키즈존에서 속도 조절은 필수입니다.

연습생의 데뷔 루트는 과연 일방통행일까?


케이팝의 인기를 이야기할 때, (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회장 이수만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그는 H.O.T.를 시작으로 보아, TVXQ!, SUPER JUNIOR,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NCT, 에스파 등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케이팝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을 배출한 메인 프로듀서다. 그러나 2023년 2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SM을 떠나야만 했고 이후 새로운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있다는 소문만 돌았을 뿐, 그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1년 7개월 후인 이번 10월 신생 엔터테인먼트사인 A2O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프로듀싱 한 루키즈를 공개하며 케이팝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서 언급하는 루키즈는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데뷔에 최전선에 있는 연습생, 둘째 어린 나이에 큰 잠재력을 가진 연습생이다. 가장 유명한 루키즈 공개의 사례인 2013 SM 루키즈를 예시로 살펴보자. 이 팀에는 레드벨벳의 아이린, 슬기, 웬디, 예리, NCT의 태용, 제노, 재현, 마크를 포함한 16명 에스파의 닝닝, 라이즈의 은석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SM 루키즈에는 1번 사례 같은 즉, 레드벨벳처럼 1년 만에 데뷔한 사례가 있는 반면, 에스파의 닝닝처럼 데뷔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2번 사례의 유형도 존재한다. 이는 데뷔에 성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데뷔 일정이 명확하지 않은 연습생을 미리 공개하는 걸까?




그 이유는 SNS와 미디어의 확장과 연관이 되어있다. 과거에는 오직 뉴스 기사로 새로운 아이돌의 데뷔를 알렸지만, 루키즈 마케팅이 시작된 2010년대 초반에는 SNS를 포함한 미디어에 노출을 시키는 것이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2년 YG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Future 2NE1 (4 years later)’ 영상을 들 수 있다. 당시 12~13세 연습생들의 댄스 영상은 현재 약 2,2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케이팝 팬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영상은 대중에게 YG의 새로운 그룹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었지만, 데뷔에 성공하는 것이 불확실하다는 루키즈 시스템의 한계를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이 영상 속 연습생들은 모두 YG에서 데뷔에 실패했다. 



Future 2NE1 (4 years later)


아이돌 그룹 하나를 데뷔시킬 땐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에 사실 이런 결과는 당연하다. 루키즈 데뷔 실패의 다른 예시를 살펴보면 WM 꿈나무를 들 수 있다. WM 꿈나무에서 남자 연습생들은 온앤오프로 데뷔에 성공했지만 원래는 아이즈원으로 활동했던 이채연을 포함한 걸그룹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1년 RBW가 W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합병하면서 새로운 지배 구조로 인해 기존 WM의 연습생들은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의 이런 미숙한 조치를 보고 대중은 약 6년간 준비했던 장기 공개 프로젝트를 공지 하나 없이 마무리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루키즈 시스템은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효과적일 수 있으나, 데뷔 실패 시 회사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부담을 남길 수 있다.


최근 케이팝 시장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가장 잘 해결해 루키즈 마케팅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회사는 아무래도 하이헷엔터테인먼트(이하 하이헷)라 생각한다. 하이헷의 총괄 프로듀서 류디는 아이돌 에이티즈의 안무 제작과 SM엔터테인먼트, MBK엔터테인먼트 등의 댄스 트레이너 출신이며, 현재는 걸그룹 런칭에 집중하고 있다. 댄서 출신답게 유튜브를 통해 케이팝이 성공 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퍼포먼스의 비율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그것에 걸맞게 연습생들의 얼굴을 가린 오직 춤 실력이 강조되는 댄스 영상을 통해 하이헷의 루키즈들을 공개했다. 덧붙여 전문 댄서 라치카의 시미즈가 그들의 안무를 평가하는 콘텐츠를 통해 더욱 퍼포먼스의 차별성을 지닌 그룹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데뷔에 가까워졌는지 ‘Hi-Hat Trainee Film’을 통해 연습생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여기서 독특한 부분은 그 연습생들의 어머니가 내레이션 했다는 것이다. 고작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룹이 지향하는 이미지와 멤버들의 능력치 두 가지 모든 것이 공개하면서 이제는 데뷔를 향해 마무리 단계를 걷고 있다



연습실을 찢어놓은 끝장 칼군무 (「 ⊙Д⊙)「 | Hi-Hat Trainee Dance Cover | Camila Cabello – OMG (Feat. Quavo)


이처럼 루키즈를 공개하려면 이젠 분명한 루트를 먼저 공개하면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닌 하나씩 퍼즐이 맞춰지는 과정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또한 앞으로 이런 루키즈 산업은 지속적으로 발달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제는 단순히 뉴스 기사를 통한 마케팅으론 신인 그룹을 홍보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최근 댄스 신동 나하은을 캐스팅한 하이업엔터테인먼트처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습생들을 선공개하는 회사도 다반사다. 또한 루키즈가 만약 데뷔를 실패하게 되더라도 미디어를 통해 증명한 그들의 실력을 보고 다른 회사에서 손을 내밀기가 쉬워진다. 앞서 언급한 YG 보석함의 탈락자 이병곤, 김승훈은 방송이 종료된 후 바로 C9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된 CIX로 데뷔에 성공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부분이 루키즈를 미디어에 노출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루키즈로 기대를 받는 어린 연습생들의 부담감은 여전히 큰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2012년 당시 만 10세인 나이에 K팝 스타 시즌2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방예담’은 음색 천재라는 별명을 가지고 YG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 그리고 4년 후 'Stray Kids’ YG vs JYP 프리 배틀에서 근황이 공개되며 박진영과 대중에게 다시 평가를 받았다. 경연에 앞선 인터뷰에서 방예담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줄까 너무 두렵다고 밝혔다. 어린 나이에 가능성을 인정받아 모두의 기대를 받는 건 사실이지만 그 부담감은 고작 초등학생에겐 너무 심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연습에 더욱 몰두하기 위해 중학교를 중퇴하는 연습생들도 흔하다. 그 때문에 연습생을 공개하는 루키즈 시장에선 연습생들의 처우를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회사에 속한 에이스를 뽐내는 식으로 무작정 공개하는 것이 아닌,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분명한 계획을 가지고 말이다. 




그렇다면 처음에 언급한 이수만의 새로운 A2O Rookies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A2O는 ‘Alpha to Omega’의 약자로 처음부터 마지막 까지라는 뜻을 표현하며, 16세 전후, 성별에 따라 총 4개의 팀으로 나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에 자사를 가진 회사라 그런지 중화권 멤버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루키즈들의 신상이 아닌 퍼포먼스 또는 보컬 영상을 먼저 풀어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이 루키즈 마케팅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지만 이수만은 공개된 모든 연습생의 신상을 바로 공개해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은 이런 A2O Rookies를 보고 ‘이수만 아직 감이 죽지 않았다’, ‘다시 SM 왕조의 부활인가?’와 같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4단계로 분리된 연습생들을 과연 각각 어느 시기에 데뷔를 시킬지, 각각의 팀들에게 어떻게 최적화된 트레이닝 세션을 제공할 것인지와 같은 부분 들에서는 신경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인 멤버들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뽑는 것 역시 우려되는 점이다. 과거 SM에서 케이팝 아티스트로 성공한 중국인 멤버들이 어떠한 결말을 보였는지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한한령 때문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선 중국인 멤버들을 최대한 기피하는 반면 이수만은 다시 중국인 멤버를 중심으로 멤버를 꾸리고 있다는 문제가 보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루키즈 마케팅의 가장 큰 문제점인 데뷔 일정이 결정된 게 아니기에 16세 이하의 연습생들을 빠르게 공개한 만큼 국적의 비율은 계속해서 조정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4개로 나누어진 단계의 관리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그룹의 연습생들은 빠르게 그룹으로 만들어 체계적인 데뷔 프로모션을 준비해야 하며, 나이가 어린 연습생들에겐 그들의 잠재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게 맞춤형 트레이닝이 필요할 것이다. 케이팝 팬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 속에 성장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 그들의 데뷔만을 기다리는 대중을 실망시키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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