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로마에서 버스킹하기
버스킹에 대한 로망 아닌 로망을 갖고 첫 유럽 여행을 시작했다. 사실 버스킹을 할 계획은 없었고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기타를 조금 튕겨보고 싶은 정도의 마음이었다.
관광지나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았지만 쉽게 기타 한번 쳐봐도 되겠냐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의외로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해진 자리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할 수 있었으며 밀라노 같은 경우 소리 크기를 제한하고는 한다. 경찰이 돌아다니면서 소리를 줄이라고는 하지만 그때뿐이다. 물론 허가를 받고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고 경찰이 제지하러 오면 그제야 정리하는 척을 하곤 한다. 그렇게 다양한 버스커들을 보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1~2유로를 넣으며 부러움의 눈빛을 보내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 날이 되었다. 로마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었고 천사의 성을 보며 체리를 먹고 있었다. 역시나 천사의 성 앞에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버스커가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보고 있었고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너무나도 아쉬움이 클 거 같아서 용기를 갖고 실례인 걸 알지만 구구절절한 설명으로 감사하게도 기타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연주가 끝난 후에 나에게 한 곡 더 하라고 했지만 나는 한 곡 연주로 너무나도 만족했다. 사실 연주하면서 내가 도대체 뭘 치고 있는 건지 왜 이렇게 연주하는지 별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래도 기타를 쳐볼 수 있음에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음악을 전공을 했던 나에게 살면서 한 번은 해보고 싶었고 꽤나 값진 경험이 되었다.
귀국하는 길이 아쉬웠지만 다시 한번 유럽 여행을 준비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크게 아쉽지 않았다. 버스킹을 하며 유럽 여행을 하는 걸 꿈 꾸며 비행기에 올랐다.
이후 2년 뒤에 다시 한번 유럽을 가게 되었고 여름에 갔다면 버스킹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겨울에 가는 바람에 아쉬운 대로 재즈 클럽에서 헝가리 사람들과 즉흥연주를 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올리겠다.
내가 또다시 유럽을 가고 가서 연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짧지만 한 번이라도 해본 경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용기를 내는 건 어렵지만 용기를 냄으로써 인해 내가 얻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