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발견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합평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합평이란 사전적 정의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비평함.’이라는 뜻이다. 글쓰기 워크숍이나 소모임에서 합평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마 기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형식일 것이다. 각자 기한 내에 정해진 주제로 글을 써오면, 그것에 대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사실 나는 올해 처음으로 합평했다. 물론 글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 정도는 해본 적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나의 글을 써서 시간을 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성격상 좋지 않은 말은 꼭 해야 하는 때가 아니면 잘 안 하려고 해서 비평이라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좋은 점을 찾아내서 이야기하는 건 쉬웠지만,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처럼 합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에게 나름의 팁을 적어볼까 한다.
팁은 간단하다. 합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면 공격적으로 말하고 듣는 것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내서 말해주기를 권한다. 워크숍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합평하는 과정에서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감정이 상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게 심해지는 경우 어떤 사람들은 절필을 선택했다는 것을 듣고 조금 놀랐지만, 이해는 갔다. 합평하기 전의 글은 투박하고 고칠 점이 많은 글이지만 결국 그 글을 쓴 사람의 소중한 작품이다. 아쉬운 점을 절대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비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보다는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좋은 점을 먼저 이야기하고, 말의 전달 방식에 신경을 써서 ‘이렇게 쓰면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를 예의 있게 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합평을 통해 내가 어떤 글을 쓰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내가 느끼는 거대한 감정의 깊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얕게 느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강한 대신 어떤 부분에서 약한지도 알게 되었다. 같은 주제로 글을 써도 사람에 따라 이렇게나 다른 글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모임마다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었다. 마감이 있어야 글을 쓰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합평 시간은 기다려지면서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언제나 설렜다. 내 글을 준비해 가는 과정이 괴롭지만 재밌었고,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써서 가져온 글을 읽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합평 모임에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에는 꼭 한 번이라도 합평이 끝난 후에 처음 썼던 글을 퇴고해 보는 것이 목표다. 퇴고가 중요한데, 합평 시간까지 글을 써 가는 것으로 이미 기력을 소진해서 제대로 된 퇴고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모쪼록 더 좋은 글을 위해서 또는 글에 대한 감상을 나누기 위해서 모이는 사람들이 마음은 덜 다치고 글은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