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분 프리라이팅

03 습관

by 우주

사실 처음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에세이를 쓰기 위함이 아니었다. 소모임에서 먼저 프리라이팅을 쓰시던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쓰시는 글과 하시는 말씀을 듣고 나도 하고 싶어졌다. 마땅한 플랫폼을 찾다가 눈에 들어온 게 브런치였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프리라이팅을 적겠다고 신청했다가 1차 탈락 통보를 받았다. 오기가 생겨 프리라이팅 3일 치, 에세이를 올려둔 블로그 주소까지 적어서 다시 신청했다. 두 번째 신청은 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렇게 매일 10분 프리라이팅을 하고 있다.


프리라이팅 선배를 L 님이라고 쓰겠다. L 님은 진작에 프리라이팅을 하고 계셨다. 프리라이팅은 시간을 정해두고 정해진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3분, 조금 익숙해지면 5분, 나중에는 10분으로 점차 늘려가는 식으로 쓰면 된다. 하지만 나는 멋모르고 그냥 시작부터 10분으로 했다. 그냥 10분 동안 손가락을 멈추지 않으려고 애쓰며 글을 쓰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관심이 있는 주제는 할 얘기가 많아서 시간이 모자라기도 하지만, 평소에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는 의자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며 멍을 때리고 있기 일쑤였다. L 님이 알려주신 타이머를 통해 순수하게 글을 쓰는 시간이 10분을 채우면 그만 적는 방식을 택하자 좀 편했다.


L 님이 말씀하신 이야기 중에 몇 가지가 나에게 의욕을 주신 게 있다. 그중의 하나만 말해보자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선을 긋는 법부터 매일 연습하는데, 왜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맞는 말씀이었다. 이건 프리라이팅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나는 그 말씀을 듣고 잠깐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글을 쓴다고 하면서 진짜 글을 쓰는 날은 얼마나 되었지? 미루고 미루다 발등에 불붙어서 급하게 며칠 불태우고 또 전소하지 않았나? 벼락치기로 글을 쓰면서 실력이 늘기를 바라는 건 너무 요행을 바라는 거 아닌가?


내게 프리라이팅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선을 긋는 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 주로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프리라이팅을 하려고 한다. 이건 매일 쓰는 것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세이브 따위도 없다. 가끔 점심이나 저녁, 어쩌다 하루가 지나기 직전에 쓸 때도 있긴 하지만 아직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쓰고 있다. 어느덧 오늘로 29일 차다. 하다 보니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재밌었다. 또, 다른 사람들의 프리라이팅을 읽으면 비슷한 주제더라도 완전히 다른 내용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처음 시작할 때 언제까지 쓰겠다는 목표는 없었고, 매일 빠짐없이 쓰겠다는 다짐만 있었다. 아마 브런치에 올리지 않게 되더라도 어딘가 다른 곳에 올리거나 혼자 계속 쓸 것이다. 프리라이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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