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지만 쓰기 싫어, 진짜 내 마음은 뭘까?

02 변명

by 우주


지난주에 첫 주간 에세이를 발행하고 나서, 두 번째 글부터는 주중에 에세이 초고를 쓰고 주말에 퇴고한 뒤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당연히 지켜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게는 아주 좋지 않은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마감일 직전에 몰아 쓰기’.


얼마 전 어떤 분이 글을 쓸 때 즐거운 마음과 괴로운 마음 중 어떤 것이 더 큰지 물어보셨다. 그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즐거운 마음이 5.5, 괴로운 마음이 4.5로 즐거운 쪽이 살짝 우위를 점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거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게 앞서 말한 나쁜 습관이다. 나는 공모전이나 워크숍 과제로 제출할 글을 쓸 때, 미룰 수 있는 한 끝까지 미룬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쓰기 싫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이 쓰기 싫으면 어떡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변명을 시작하겠다.


공모전 일정을 확인하고 글쓰기 과제 안내를 받을 때면 설레는 마음이 반, 하기 싫은 마음이 반이다. 글에 대해 구상하는 시간도 꽤 걸릴뿐더러 구상해도 그대로 적히지 않을 때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간혹 구상부터 글쓰기까지 막힘없이 쭉 쓸 때도 있는데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려면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그리고 그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주제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쓰려고 앉았으면서 이마를 책상 위에 박고 있는 시간도 더러 있다. 그럴 땐 참 괴롭다. 하지만 꾸역꾸역 쓰고 지우고 다시 쓰다 보면 내 글과 정이 든다.


정이 붙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붙고 나면 이왕 쓰는 거 잘 빚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면 거기서 또 괴로움이 발생한다. 이미 앞에서 시간을 많이 소모한 뒤라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나라는 인간,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일상이다. 결국 잘 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쓰기 싫어하는 마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원인을 알고 나면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나는 의지가 약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한 약속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올해 여름부터 이 점을 글쓰기에 이용하고 있다. 혼자 쓰는 일은 정말 외롭고 쉽게 지친다. 하지만 글을 쓰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 과정이 덜 외로운 데다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한다. 그렇기에 글쓰기 워크숍을 들으러 나가고, 소모임 합평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정해진 마감 시간을 준수하려고 애를 쓴다. 혼자였다면 아마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장, 이 글만 해도 처음 쓰려고 했던 글과 완전히 다른 글이다. 고민하고 갈아엎는 데 걸린 시간이 쓰는 시간보다 훨씬 많았다. 다른 핑계를 댄다고 해도 얼마든지 댈 수 있다. 핑계는 원래 그런 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늘 그렇듯 솔직한 게 좋다. 쓰고 싶지만 쓰기 싫은 내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결국 쓰고 싶은 마음이 매번 이기기 때문에 마감 전에 글을 완성하긴 한다. 내게 주어진 과제는 이 과정을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오늘도 퇴고 없는 글을 썼지만, 이 자리에서 세 번째 에세이는 반드시 퇴고하고 올리겠다고 약속하며 마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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