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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큐레이터 Dec 14. 2022

3개월 준비하고 은행 정규직 되기

Chapter 5. 3년 반 동안 얻은 거라곤 아픈 몸뿐 

누구는 1년 준비하고 누구는 2년 준비해도 떨어진다던데 나는 운이 좋았던 것일까? 3개월 동안 매일 도서관에서 기출문제를 붙들고 공부했더니 덜컥 합격해버렸다. 



숫자 감각도 떨어지고 평생 은행 쪽으로 진로를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합격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제 더 이상 최저시급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 취업되나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됐었다. 



합격하자마자 삿포로행 비행기를 끊어 여행을 다녀왔다. 그렇게 난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설렜었다. 비록 왕복 2시간이 걸리는 먼 시골 동네 위치한 은행이었지만 앉아서 일할 수 있었고 정시가 되면 퇴근할 수 있었다. 내 또래보다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었고 연말이 되면 성과급도 두둑이 챙겨줬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난 매일 아팠다. 제대로 잠들지 못했고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유독 나를 싫어하는 선배 직원은 내가 그녀 앞에서 복종하길 원했고, 고집이 센 나는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자연스레 난 말이 없고 웃지 않는 직원이 되었다. 



아무에게도 내 곁을 내어주지 않았고 아무도 내 곁에 다가오지 않았다. 곁눈질로 나를 항상 지켜보며 별것도 아닌 일로 나를 바로 잡으려던 여선배는 급기야 내게 '개념 없다'는 망언을 내뱉었고 그 말을 들었던 주변 선배들은 방관자에 불과했다. 



이미 이 조직에서 철저히 이방인이었던 나는 입사한 지 5개월 만에 퇴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그날 아침 업무 시작 전 과장님에게 말했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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