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회사에서 부동산 사기케이스를 공부할 일이 있었다. 내가 공부해본 결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깨달은 게 있다. 한국에서 개인이 부동산 사기를 100%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거래하지 말고 산에 들어가서 텐트 짓고 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할 때 아무리 조심해서 운전해도 교통사고를 100% 예방할 수 없듯이 부동산도 마찬가지로 바라보자는 이야기다.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서는 '은총알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은총알이라는 것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말이 부동산 거래분야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사기를 100%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은총알은 없다. 지금부터 흔히 만능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Photo by Romain Dancre on Unsplash 1. 법
한국은 법치주의국가이고 법은 정의 기준이다. 하지만 이것이 질서를 유지하는 은총알은 아니다. 특히 부동산 분야에서 그렇다. 내가 사기로 피해를 당해 전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해도 상대방은 형사처벌대상이 아닐 수 있다. 이것의 예시 케이스를 2가지 소개하겠다.
1. 아파트 매매에서 이중계약에 속아 계약금을 사기꾼한테 보내더라도 중도금을 보내지 않았으면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사건이다. 즉 사기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책임은 피해자 개인이 소송으로 감당해야 한다.
2. 작정하고 깡통전세를 만들어서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부동산 투자를 했다가 집값이 내려가 보증금을 못주게 되더라도 많은 경우 집주인은 사기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임차인의 보증금을 노리고 사기를 기획했다고 해도 이게 처음부터 의도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남의 돈으로 투자를 해서 실패했을 때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사기라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는 사기가 아닌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거래를 하기 위해 필수인 권리분석을 할 때 법적 효력이 있는 서류마저 없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부동산 권리관계를 써놓은 등기부등본도 법적 효력(공신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은 항상 당신의 편이 아니다. 임대차 관련 법이 어떻게 되어있고 그것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부동산 계약을 해야 한다.
2. 공인중개사
이 부분은 글을 작성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약간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팩트를 설명하겠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한도 N억 보장이라고 써놓은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과연 그 공제증서가 실제로 내 거래에 중개사고가 일어나거나 문제가 있을 때 한도 내에서 100% 보장해준다는 의미일까? 답은 아니다. 우선 공제증서는 계약하는 사람이 드는 보험이 아니라 공인중개사가 드는 보험이다. 심지어 계약에 대한 보험이 아니라 한 공인중개사가 1년 동안 일어난 모든 중개사고 내에서 한도 내 보장이라는 개념이다. 뿐만 아니라 중개사고가 있을 때 자동으로 변제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소송을 통해서 중개사가 패소했을 때 변제하는 금액이다. 즉 중개사가 실수하는 것으로부터 중개사를 보호하기 위한 보험이지 개인을 보호하는 목적이 아니다. 설령 공인중개사가 집에 대한 권리관계를 잘못 알려줘서 손해를 본 경우 그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 공인중개사의 과실만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법적다툼을 하게 되고 이 경우 과실을 100% 나오기 힘들다. 마치 교통사고 처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리하자면 공인중개사만 믿고 거래하다 중개사고가 났을 경우 항상 공인중개사가 100% 책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는 만능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어도 무조건 신뢰하지는 말자. 심지어 공인중개사의 도움이 필요가 없다면 부동산 직거래를 할 수도 있다.
3. 서류
이 제목을 보는 순간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사람도 있을 거다. 나도 처음 알았을 때는 놀랐다.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관리분석을 하기 위해 공신력(법적 효력)이 있는 서류가 없다. 흔히 등기부등본이라고 불리는 등기사항증명서는 공신력이 없다. 사기꾼이 작정하고 서류를 위조해서 등기소를 속여 존재하는 빚(근저당권)을 등기부등본에서 안 보이게 할 수 있다. 물론 문서를 위조했으니 나중에 처벌받을 것을 각오한 사기꾼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등기소가 실제로 빚이 없어진 건지 사실확인을 안 하고 등기부등본을 수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전문지식을 갖고 등기부등본을 분석하는 전문가라도 등기부등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사기에 당할 수밖에 없다.
사실 현실이 이렇다고 해서 등기부등본을 안 볼 수도 없다. 그나마 권리관계를 볼 수 있는 서류이고 다른 방법이 없다. 등기부등본의 내용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는 거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전혀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바로 예방이 아니라 보험을 들어서 사후 대비를 하는 거다. 권리보험을 들거나 전세의 경우 HUG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래도 등기부등본이 100% 사실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을 인지하기 바란다.
정리하며
지금까지 글을 읽으면 부동산 거래가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심껏 행동하며 평화롭게 부동산 거래를 한다. 하지만 양심을 판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경우 그다음 대비책을 생각하기를 바란다. 어쨌든 집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 아닌가? 대다수의 부동산 거래는 위험하지 않지만 부동산 사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르고 하나의 만능 해결책만 사용하고 있다면 그 행동이 본인에게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C%9D%80%EB%B9%9B_%EC%B4%9D%EC%95%8C%EC%9D%80_%EC%97%86%EB%8B%A4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533539?sid=10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683751?sid=102
https://www.youtube.com/watch?v=wWwpcnkVG2M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5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