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매긴 등급이 나의 가치는 아니다

두 번의 승진 실패 후 발견한 직장 생활의 본질

by 행복추구권

어느덧 사회생활 13년 차. 돌이켜보면 나의 20대와 30대는 치열한 생존의 기록이었다.


첫 직장이었던 대기업 건설사에서의 4년 8개월, 8개월의 간절했던 취업 준비 끝에 입사한 중앙공기업, 그리고 현재 재직 중인 지방공기업까지. 남들은 한 번도 힘들다는 이직을 거듭하며 커리어를 쌓은 끝에 나름 '직장 생활의 잔뼈'가 굵었다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화려한 이직의 이면에는 쓰디쓴 '실패의 기록'도 공존한다. 13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경험한 두 번의 진급 누락, 즉 승진 실패의 경험을 정리하며 그로부터 얻은 교훈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직장생활 루저의 정신승리'로 보일 수 있다.


솔직히 그게 맞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함께 직장생활을 하는 한 개인의 실패의 기록으로써 약간의 동료애를 가지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1. 첫 번째 누락: 상대평가라는 이름의 비정함


대기업 건설사 시절의 일이다. 4년의 시간을 채우면 '엔지니어'에서 '선임 엔지니어'로 올라갈 자격이 주어졌다. 매년 돌아오는 근무평가 시즌,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팀장과의 면담은 차가웠다.




네가 팀에서 막내급이고 선배들보다 업무 성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근무평가 등급을 이 것밖에 줄 수가 없다.




팀 내 모든 인원이 최고부터 최하 등급을 나눠 가져야 하는 구조 속에서, 경험이 적은 하위 직급은 늘 희생양이 되었다.

군말 없이 회의실을 나왔지만, 당시 이미 '탈건'을 소망하며 이직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그 낮은 등급은 곧 나의 '퇴사 트리거'가 되었다.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 방식에 구조적인 불합리함이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퇴사 후 이직준비를 선택하며 더 나은 곳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했다.



치열했던 대기업 건설사 시절, 어느 퇴근길의 노을. 이때는 승진이 전부인 줄 알았다.






2. 두 번째 누락: 연공서열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


현재 재직 중인 수도권 소재 공기업에서의 경험이다.

중고 신입으로 입사 이후 첫 진급은 순조로웠으나, 과장 진급 기회에서 발목을 잡혔다.


부서 이동이 화근이었다. 공공기관 특성상 일정기간을 주기로 전보제도를 운영하는데, 새로 옮긴 부서의 평가는 철저히 '부서 내 연공서열'에 따라 움직였다.


이전 부서에서 쌓아온 좋은 평가들은 '부서 내 신규 전입 인력'이라는 꼬리표 앞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결국 부서이동 첫 해에 동일 직급 내 최하등급을 받은 나는 이듬해 연말, 나는 인생 두 번째 진급 누락을 통지받았다.


동기들이 한 발 앞서 나갈 때, 나의 급여와 직급은 정체되었다.



고작 '2~3명'의 시선에 나를 가두지 않기로 했다



속 쓰린 경험이었지만, 두 번의 실패는 나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바로 '진급은 개인의 능력 외의 영역이다'는 사실이다.


조직의 평가체계를 냉정히 뜯어보자. 나를 평가하는 사람은 기껏해야 팀장, 부서장 2명뿐이다. 내가 재직 중인 공기업과 같이 규모가 상당히 큰 조직의 경우, 부서장 위의 본부장, 이사장 등 더 큰 단위 조직의 장이 평가자에 포함된다고 하여도 그 사람은 내 얼굴도 기억 못 할 가능성이 크다.


내가 나쁜 평가를 받았다는 건, 세상이 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작 그 2~3명이 나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거나 조직의 상황상 인정할 수 없었음'을 의미한다.


내가 보기에 평소 근무시간에 업무에 집중하며 조직운영에 힘쓰지 않으면서 사내 정치나 한담 따위에 열을 올리는 직위자들이 나를 평가한다고 해서, 그 점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 번쯤은 회사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자.





내려놓음이 가져다준 새로운 가치, '진짜 실력'


두 번의 속 쓰린 경험 이후, 나는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의 진급욕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는 '루저의 정신승리'가 아닌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건강한 선언'이다. 회사가 매긴 나의 등급에 나를 가두는 대신, 나는 더 큰 가치에 집중하기로 했다.


첫째, 업무 자체의 성취감이다. 회사의 인정 유무와 상관없이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완벽히 수행했을 때의 기쁨을 동력으로 삼는다.


둘째, 시장이 인정하는 전문가로의 성장이다. 나는 현재 '건축전기설비기술사'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직장 내부의 평가점수보다, 전기 엔지니어로서 어떤 현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 나의 진짜 목표다.



현장의 모래바람에 비하면 앉아서 공부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었다.



진급욕을 내려놓으니 이전까지 회사생활을 하며 중요하게 여겼던 인간관계와 인정이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업무시간 중 티타임과 같은 사교모임이나 퇴근 후의 술자리가 아닌 귀가 후 자기계발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회사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나는 나만의 궤적을 그리며 묵묵히 나아갈 것이다. 나를 규정하는 것은 인사기록카드의 등급이 아니라, 어제보다 한 걸음 더 성장한 나의 실력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회사가 매긴 등급 때문에 잠 못 이룬 적이 있나요?

이제 그 등급표를 내려놓고, 당신만의 진짜 가치를 추구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