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인사 드립니다.

전기 엔지니어가 '탈건'하며 외친 행복추구권

by 행복추구권


수년 전, 첫 직장이었던 대기업 건설사를 떠나며 동료들에게 마지막 메일을 보냈다.

다음 행선지가 결정되지 않은 채 호기롭게 '퇴사 후 이직'을 선택했던,

스스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무엇보다 간절했던 그 시기의 기록이다.




안녕하십니까.

격무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전기설계팀 정다운(가명) 엔지니어입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나게 되어 인사드립니다.

입사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A건설이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일이었고,

개인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었기에 만족할만한 첫 직장생활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더라도 A건설에서의 경험들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회사생활을 하며 좋은 관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힘이 되어준 입사동기들과

형, 누나처럼 애정으로 챙겨주신 선배님들.

부족함에도 선배로 대우해 준 후배들.

퇴사 소식을 듣고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동료분들까지

저에게는 모두 감사한 분들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더 이상 같은 조직에서 함께 생활하지 못한다는 것이

회사를 떠나며 가장 슬픈 일입니다.


모두에게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으나,

여건상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좋은 소식과 함께 인사드리겠습니다.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이내 마음에 걸립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주변 분들에게 항상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지만,

저의 부족함 탓에 그러지 못했습니다.


만약 제가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마음의 짐을 지웠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회사생활 중 좋은 기억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기억도 있었지만

모든 기억이 그렇듯 지나고 나니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앞으로 외부인으로서

A건설이 턴어라운드 하는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겠습니다.


당분간 충분한 휴식과 함께 준비기간을 가지려 합니다.


사회를 위해 봉사하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저의 인생관과 직업관 형성을 도와준

대한민국 헌법 10조 행복추구권과 함께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모두 행복하세요!


이상, 감사합니다.




새로운 직장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용감하게 '퇴사 후 이직 준비'를 선택했던 그때.


이 메일을 쓸 당시의 나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필요했다.

남들이 말하는 안정적인 궤도에서 스스로 내려오는 용기를 냈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잠재울 만큼 강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했던 것이다.


마음이 약해지거나 나태해질 때면

이 메일을 다시 읽으며 그때의 마음가짐을 상기하곤 한다.


호기심 가득했던 초짜 엔지니어는 이제 13년 차가 되었다.

명함에 적인 브랜드와 직급은 바뀌었을지언정,

여전히 나의 행복추구권을 행사하며 살아간다.




오늘도 파이팅 넘치게 가보자고!
나 자신을 믿으며.




가장 치열했던 곳에서 비로소 행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스스로를 지켜주는 '마지막 문장' 하나쯤 품고 계신가요?

조직의 이름표를 떼어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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