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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대로 Jun 16. 2022

영국 석사 (내가 아는 한에서)
A to Z - (3)

단점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선, 짧은 만큼 힘들다. 1년 동안 수업 듣고 논문을 많게는 두 개까지 써야 하니 정말 정신이 없다. 게다가 짧은 시간 틀 안에 많은 것을 넣다 보니 힘든 것과 별개로 삐걱거리는 점이 많다. 수업 중 하나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1학기 과목 중에 R 이라는 분석, 통계 소프트웨어를 배우는 수업이 있었다. 나는 문외한이었기에 따로 코스 시작 전에 유료로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차근차근 배워도 벅찬 분야인데 일주일에 두세 시간 배정된 수업이 초보자 친화적일 수가 없었다. 요리로 치면 칼질 몇 시간 가르치고 재료 손질 몇 시간 가르치고 두 달만에 셰프가 되길 바라는 수준이었다. 반면 이미 R을 많이 다뤄본 영국인 동기들에게는 너무나 기초적인 수업이었다. 초보자도 고수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상한 수업이었다. 이런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체 왜 이 모든 것을 굳이 일 년 안에 쑤셔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2년에 걸쳐서 하면 훨씬 여유롭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을 텐데. 


둘, 비싸다. 외국인의 경우 대놓고 두 배에 가까운 학비를 요구한다. 나 같은 경우 학비만 30,000 파운드 넘게 내야 했다. 비록 적지만 월급을 주는 한국의 대학원과 큰 차이점이다 (대신이라기는 뭐 하지만 이 덕에 불만이 있다면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생활비도 장난이 아니다. 가끔 유튜브나 블로그 등을 보면 런던 생활비가 주거비 제외하고 월 50만원 정도라는 포스트를 볼 수 있는데 무리다. 최소한 80kg 성인 남성에게는 무리다. 그렇게 살려면 집에서 간장계란밥만 먹어야 한다. 노르웨이를 제외하고는 이곳보다 물가가 비싼 곳을 본 적이 없다. 동경보다도 비싸다. 동경도 물가가 비싸지만 동경은 또 싸게 살자면 한없이 싸게 살 수 있는데 이곳은 기본 인건비가 워낙 높아 그마저도 힘들다 (위스키는 믿을 수 없이 싸다. 급하면 이쪽을 이용하자). 


핵심은 이 모든 게 과연 이 돈 값을 하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더없이 귀중한 경험과 공부를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상상 이상으로 엉망인 행정과 가르침의 질과 양을 냉정히 따졌을 때 이만한 가치를 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는 공부라면, 그리고 좋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펙이 필요해서 하는 공부라면 굳이 이 돈을 내고 여길 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그냥 학위를 돈 주고 산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UCL 중앙 도서관


장학금은 사실상 없다. 영국은 장학금을 많이 주는 편이지만 주로 자기들이 괴롭혔던 식민지 국가 출신들을 많이 지원해 주는 편이다 (그럼 우리도 일본 대학 갈 때 지원받아야 되는 거 아냐?). 한국 같은 부자나라 학생은 정말 장학금을 받기가 어렵다. 한국에서 받는 장학금도 석사 수준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박사과정은 여러모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애초에 장학금이 없으면 박사과정은 무리이기도 하고.   


단점이라 하기에는 뭐하지만, 또 하나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중국인들이 엄청 몰리는 몇몇 코스들이 있다. 중국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인종차별자 아니에요). 다만, 언어학 (영어)을 전공하는 내 플렛메이트 (룸메이트)를 예시로 들자면, 약 50명의 동기들 중 몇 명을 제외하면 전부 중국인이라고 한다 (본인부터 중국인이다). 대부분의 대화를 중국어로 한다고. 이럴 거면 자기가 중국에 있었지 뭐 하러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학기 초에 상당히 분해했다. 


영국 석사에 대해 한마디 하라고 하면 ‘증’보다 ’애’가 살짝 더 큰 애증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말리지는 않지만 굳이 유학을 가겠다면 미국을 우선 알아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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