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에 대하여
나는 우리 집의 처음이다.
첫 번째의 영광으로
엄마 아빠의 온전한 것들을
욕심스럽게 챙겨 나왔다.
우리 아빠는
적당히 큰 키와 어우러지는 덩치에
서글서글하면서도 남자다운 인상으로
든든한 호감상이다.
우리 엄마는
예쁘지 않은 이목구비가 없는 미인이다.
좋은 비율 덕분에 키가 크지 않아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다.
아빠와 외출할 때엔
아빠 붕어빵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엄마와 외출할 때엔
엄마 판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 가족이 외출하면
앞 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한가족.
사춘기가 지나 나를 꼬집어 보며
분명 좋은 것만 골라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급하게 나오면서 막판에 쓸어 담은 것에
살짝 오류가 있었나 보다.
아빠는 두터운 쌍꺼풀..
엄마는 얄쌍한 쌍꺼풀..
나는.. 짝쌍꺼풀..!!
아빠는 중간 콧대에 둥근 콧볼..
엄마는 높은 콧대에 날렵한 콧볼..
나는.. 높은 콧대에 둥근 콧볼..!!
아빠는 오돌토돌 여드름 피부..
엄마는 여드름 없는 매끈한 피부..
나는.. 매끈한데 여드름 피부..!!
아빠를 닮아
혜안과 센스는 뛰어나지만
게으름이 심해 행동력이 약한 나.
엄마를 닮아
모든 일을 똑 부러지게 하지만
통제력이 높아 예민한 나.
아빠를 닮아
똑똑하지만 고집 있는 나.
엄마를 닮아
포용력이 넓으나
스스로에겐 한없이 엄격한 나.
부모님을 닮아
늘 남에게 아낌없이 베풂에
나는 부족할지언정 상대를 배부르게 한다.
어쩜 이렇게 치우침 없이 지분이 반반인지
두 분 모두 저에 관한 애정의 양보가
한치도 없었음이 느껴집니다.
우리 부모님 덕분에 나는
좀 게으르고 고집스러울지언정
똑똑하고 센스가 있으니
느려도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고,
좀 감정적이고 엄격할지언정
상대를 배려하고 베푸는 마음이 크니
주변에 늘 커다란 위로가 되어
나 스스로를 어쩌지 못할 때에
도와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당신들의 모든 것을
자라는 내내 아낌없이 물려주시어
마침내 나는 좋은 어른이 되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