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s of writers Ⅲ. 여행
나의 시야를 더 넓게 만든 여행에 대하여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벗어나 본 적 없던 나.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을 벗어나면 큰일이 나는 줄 알던
새침때기 서울 촌년.
2017년 1월 6일.
너와의 여행을 위해 겁도 없이
혼자 대전행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만남이 있기 몇 주 전.
못 본 지 5년이 넘은
바다가 보고 싶다는 나의 말에
선뜻 데려가주겠다는 너의 말이 더해져
우린 그렇게 여행을 계획했다.
떨림. 긴장. 설렘. 두려움..
모든 감정을 끌어안고
대전복합터미널에 도착.
수많은 인파 속에 갇혀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는 내 앞에
큰 키에 어우러지는 덩치와
잘 정돈된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네가 서있다.
수수한 바가지머리에 검정 패딩을 입고
'오느라 고생했다'며 웃는 얼굴엔
예쁘게 휘어지는 눈과 가지런한 치열.
'생각보다 멀쩡하게 생겼네..?'
나는 그렇게 처음 본 너를
사진 찍듯 내 눈에 찍어 담았고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대천 바다를 가기 위해
너의 차에 올라탔고
다양한 주제의 대화와 웃음이
대천까지 이동하는 1시간 30분 동안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화 끝에 도착한 대천바다는
내 속을 뻥 뚫어줄 만큼 시원했고,
햇살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그날의 풍경은
눈이 부시도록 예뻤다.
나는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는 걸 개의치 않고
어린아이마냥 신나게 해수욕장을 누볐고,
너는 내가 넘어질까 걱정하며
적당히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
얼마나 한참을 뛰고, 걸었을까.
춥고, 힘들고, 배가 고파진 나를
나보다 먼저 발견한 네가
이제 그만 나가자고
패딩 끝을 슥 잡아끌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해수욕장을 나와
처음으로 먹었던 조개구이.
먹을 줄 몰라 눈만 굴리는 내 앞에 앉은 너는
능숙하게 조개들을 이동시키며
잘 익은 조개들의 살을 발라
내 앞접시에 챙겨주었고,
다람쥐처럼 받아먹는 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다.
컴컴해진 바다.
검은 물이 부딪치며 들리는 거친 파도소리.
귀에 찢어지듯 파고드는 폭죽소리.
이 모든 걸 내려다보듯 환하게 비추는 달.
그리고 내 곁에 있었던 너.
.
.
그날의 여행은 당일이 아니었다.
그날의 저녁에는 술이 있었다.
그날의 경험은 모두가 처음이었다.
그날 그렇게 그 사람과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처음인 것들이 많았을 것이다.
있는 줄 몰라 찾지도 못하는
감정과 생각도 많았을 것이다.
겁 없이 선택한 그 작은 여행은
내가 부딪치는 모든 인생의 시야를
넓고 다양하게 해 주었다.
그 여행은 내게 그냥 그런 여행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