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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 앤줌마 Mar 17. 2022

꿈을 따라 나서다

프롤로그

아직 이른 아침이다.  

켜켜이 쌓인먼지를 털털어내고

잠자듯 누워있는 그를 불러본다.

그렇게 죽은듯이 깊은 잠에 빠졌다가도

계절이 바뀌는 창가에서나

비오는 날이나 바람부는 밤에는 소리도 없이 찾아와

나를 흔들어 놓고는 슬그머니 사라져버리곤 한다.

오늘 새벽 꿈결에서도 그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늘 그렇듯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서

내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와 다시 시작하려면 나는 나를 누르고 있는 두려움의 틀을 깨뜨려야한다.

그는 그부분에는 늘 관심이 없다.

무심한 그에게 나는 가끔 섭섭하기도 하다.

나도 그에게로 다가가 보려고 노력은 했으나

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그놈에게 지고만다.

그가 찾아와 눈을 마주쳐준 삶의 후미진 언덕마다

그놈은 뒤따라 찾아와서 센 훅을 날리고서 도망쳐버린다.

40년 세월에도 그놈은 지치지도 않았고 근육만 커졌다.

다행히도 그럴때마다 그가 찾아와

두려워하는 나의 마음에 입김으로 온기를 넣어주고는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웃어주곤 한다.

딸램의 꿈도 응원해~~

'그래, 그놈에게 이기려면 크게 심호흡부터.... 후~'

나는 녹이 쓸어 닫혀버린 나의 마음을 얇은 티슈한장을

뽑아들고서 무심히 닦아낸다.

굳게 닫힌 창문도 두손으로 붙들고 힘을 주어 열어본다.

창살에 묻어있는 세월의 흔적들을 손바닥으로 쓸어내고

시린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바람을 타고온 햇살에 마음을 녹여 본다.

그를 만나서 다시시작하려는 마음이 조금씩 설레이고

다시는 그놈에게 지지않으리라 다짐하는 호흡도 안정을 누린다.

오래되어 낡은 꿈이었지만

그놈(자괴감)에게 번번히 지는 이유는

한참 모자라는 재주와 만만치 않았던 삶이

한몫 단단히 거들었겠지만  

무엇보다 나의 마음이 문제였을것이다.

현실의 삶이 더 급하다는 이유가 꿈앞에서 초라해지는 나를 마주하기가 거북했을것이다.

내게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이름표라고 치부해버리면

마음의 불평이 가라앉고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편안함이 있었다.


우연히 블로그를 시작하고서

아지랑이 같은 녹녹함이 마음에서 되살아났다.

수없이 도리질 하고서 눈을 감아 버렸지만

체면도 없이 찾아오는 꿈을 밀어내기에는

이미 나의 마음이 변하여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향하여 달려가는 길목으로

나도 가슴을 활짝 펴고 몸을 앞으로 들이밀며

꿈을 만나러 갈 채비를 꾸린다.

들뜬 마음을 주머니 속에서 꺼내어 거울처럼  들여다보며

천천히 느린걸음으로 가려한다.

오랜 세월을  묻어 두었던 꿈이기에 예의를 갖추어

손바닥에 내려 앉은 햇살과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바람에 실어 먼저 보내고

나도 꿈을 따라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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