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시린 바람에 온몸을 맡긴 유리창이
햇살의 다정함에 손인사를 건네고 서로 안아주며
온기를 교환할 즈음, 나도 잠에서 빠져나오려고
이불 속에서 꿈틀거린다.
침대 메트리스에 깔려있는 전기장판의 뜨거운 사랑에
흠뻑 취하여 꿀잠을 누린 내가
그사랑을 박차고 나와야 하는 아침이 날마다 버겁다.
한여름에도 전기장판을 달군 후에야 자리에 눕고
뙤약볕에 온몸을 드러내고 땀샤워하는 것을 은근히 즐기는 편이다.
이런 내가 오븐 안에 들어있는 치즈처럼 노곤해진 몸을
썰렁한 방안 공기에 노출시키는 아침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기에 최대한 버틴다.
따뜻한 전기장판과 한몸이 되어 밤을 보낸후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에게 본능의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면서도 이불밖으로 손을 내밀어 이리저리 바닥을 허우적거린다.
따끈한 전기장판의 열기로 촉촉해진 손바닥에 기분좋은 시원함이 전달되면, 손바닥을 지그시 눌러주는 시원함을
오랫동안 즐긴후 두 손바닥으로 팡팡이의 머리와
꼬리를 잡고 두팔을 들어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온몸을 흔들어 본다.
그런 후에 발을 사용하여 이불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두다리를 올려 팔과 함께 흔들며 고소하게 익은 몸을
냉랭한 아침의 제단에 바친다.
한참을 뒹굴며 팡팡이와 교감을 하고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하여 거실로 나와 여전히 손에 든 팡팡이로 어깨부터 등 허벅지 종아리 발바닥 순으로 온몸을 두드려준 후에
머리를 부드럽게 톡톡톡 만져주면 잠에 취하여 있던 몸이 깨어나는 시원함을 느끼며 기분좋은 하루를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바쁘다.
남편과 나는 각자의 식성대로 아점을 챙겨 먹고서
또 각자의 하루에 몰입한다.
따뜻한 차와 약간의 과일과 빵이나 떡 한조각을 챙겨
핸드폰 버튼을 누르며 식탁겸 책상에 앉는 것으로
나는 나의 하루를 만나고 내게 허락된 시간을 부지런히
즐기며 살아간다.
아이둘을 허리를 틀며 낳아서 기르고 살아오는 삶의 여정에서 허리의 건강을 놓쳐 버렸다.
블로그를 시작하며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30분이상 한자세로 있지 말라는 의사샘의 경고는 귓등에서 사라진 메아리가 되고,
잠에 취하듯 스르르 빠져드는 블로그이다보니
늘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내 눈이 마주쳐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팡팡이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허리가 신호를 보내면 그제서야 팡팡이를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중문을 열고 손바닥 만한 마당으로 나간다.
굳어진 몸 여기저기를 팡팡이에게 맡기고는
계절이 주는 실바람과 산들바람 또 한여름 뙤약볕에
묻어오는 습하고 후끈한 바람을 그대로 받으며
조각난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길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훔쳐보기도 하며 몸이 풀릴때까지 마당에서 맴을 돈다.
군데군데 이빨빠진 팡팡이가 집안 곳곳에 놓여져 있다.
갱년기를 지나오며 사용한 팡팡이는 20개는 넘을 것이다.
어느날 그들의 머리가 달아나고 몸둥이가 빠지면
그들의 역할은 끝나고 분리수거함으로 돌아가
다음의 임무를 기약한다.
지금의 내 삶에서 팡팡이 만한 도구는 없다.
나도 누군가에게 팡팡이와 같은 도움이 되지 못하기에
내게는 고맙고 유익한 반려용품 즉 생활도우미다.
20여분 팡팡이에게 몸을 맡기고 놀다보면
말랑말랑한 근육과 어느새 가벼워진 몸을 만나고
아무일 없었든듯 다시 주어진 하루에 몰입한다.
세월의 무게가 소소한 생활 도구 덕분에 조금은 가벼워지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오는 정직한 시간속에서
낯설어 가는 나의 육체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도 조금씩 더 부드러워질 것을 알기에
익어가는 일상에서 도움이 되는 생활도구를 만난것도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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