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공간으로 세상 읽기 - 2장. 터
공유하는 풍경이 없으면 함께 사는 마을이 아니다. (p92)
현대인들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공간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평생을 유리하는 유목민의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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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여 머물러 사는 기간이 짧다 보니 마을을 꾸리고 공동체성을 확보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 당연히 동네의 특성과 문화는 감쪽같이 실종되어 버린다. 과거 어느 동네를 가든 흔하게 만날 수 있었던 '토박이'들은 천연기념물 혹은 일급 멸종위기종이 된 지 오래다.
-류현수(2019), 마을을 품은 집, 공동체를 짓다 239p
내가 무의식중에 '아파트'를 싫어했던 가장 큰 이유는 '유목민'이라는 표현과 닿아있는 듯싶다. 서울에 자리하지만, 아파트가 거의 없는, 골목길이 즐비한 동네에서 살아왔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돌았던 재개발에 대한 소문은 소문으로 끝날 것이라 여겨졌지만, 시간이 흘러 20대를 넘기자 현실이 되어 슬금슬금 동네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나의 집'은 우연히, 운이 좋게도 재개발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친구의 집'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그들은 유목민이 되어 마을을 떠났다. 원하든 원하지 않은 재개발이 구체적인 형상을 가지기까지의 10여 년을 지켜본 나로서는 아파트를 고운 눈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