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랬진 않나?
요새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쇼츠를 넘기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러다 본 것이, 어느 과학 유튜버가 본문의 제목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피곤한 것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사람이 잠이 오면 자고 싶기 마련인데,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이렇게 생각해 본다고 합니다. "내가 지금 피곤한 게 특별한 감정인가? 항상 피곤하진 않았나?" 신박한 발언에 저는 그만 글을 쓰기로 마음먹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편으론 무섭기도 했습니다. 피곤하면 피곤한 거지 거기에 증명이 필요할까요. 그러나 마냥 무섭지는 않고 이해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 사고방식은 적당히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쉬이 넘길 수 있게 도와줄지도 모릅니다. 피곤함부터 짜증까지,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을요. 우울감과 피로감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면 그 감정의 시발점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때로 과해지거나 나의 영역에서 아득히 멀리 있을 때면 그저 그런 감정들이 꼬리를 물기도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 때면 이런 싸이코패스처럼 보일 수 있는 사고방식처럼 인정하고 넘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발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과해지면 독이 되듯, 이런 생각도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때로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있을 때 그 감정의 진위에 대해 의심해 보곤 합니다. 이것이 건강한지,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렇습니다. "난 슬픈 게 아니라 그냥 슬픈 척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한창 이런 생각을 많이 할 때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트라우마는 그저 본인이 트라우마가 있듯 행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생각하여 발현되는 것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말이 너무 심한가 싶기도 하지만, 진짜 그럴지도 모릅니다. 번아웃이 왔을 때 "아, 난 번아웃이 아니라 그냥 일하기 싫고 귀찮은 게 아닌가?"생각하는 것처럼요.
길게 쓰다 보니 점점 과해지고 꼬리를 무는 것 같아 적당히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분명 과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깊은 슬픔에 빠지기 전 붙잡아 줄 것입니다. 비단 사고방식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항상 자신을 돌아보거나 바깥을 살펴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면서도 도움이 됩니다. 많은 걸 시도해 보고, 한쪽으로 너무 드라마틱하게 치우치지 않도록 해 볼까요? 사실 말이 쉽지 그게 어려워서 다들 힘든 거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힘내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