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근 Jul 21. 2024

보름달은 결국 뜰 거니까!

백날 구름 껴 봐라 내가 못 기다리나

♬Dance Hall / Mrs. Green Apple


 이번 주말에 뜬 보름달은 제 기억 속의 보름달 중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한창 비가 내리고 구름도 자욱하게 끼는 장마철 여름날임에도 어젯밤 밤하늘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투명하고 맑은 하늘에 선명하고 짙은 보름달이 손해 잡힐 듯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드넓은 밤 하늘이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포근한 구름들이 적당히 흩뿌려져 바람을 타고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잠깐 구름에 가리워도 그 구름 뒤에서 고요한 빛을 비추며 구름과 함께 빛나던 아름답던 그 달을 당신도 보았을까요? 오후만 해도 천둥이 치던 하늘이 몇 시간 만에 그런 장관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요 근래 몇 주는 달을 보기가 꽤나 어려웠습니다. 꿉꿉하게 낀 구름들 사이 어렴풋이 빛나는 걸 보고 대충 저기쯤 있겠거니 생각만 하고 그 모습을 선명하게 못 본지 꽤나 시간이 지났던 것 같습니다. 운동 겸 밤산책을 나가 달을 보는 게 꽤나 행복하고 힘이 되었던 저는 적잖이 아쉬웠습니다. 달과 별이 뜬 아름다운 밤하늘이 보고 싶고 기다려지긴 했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기다림이 힘들진 않았습니다. 저는 사람이 좀 구차하고 인내심이 강한 편은 아니라 그런 것에 약한데도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어젯밤 밤하늘을 기다릴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보름달은 결국 뜰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장마가 길어지고 피곤함에 못 이겨 밤산책을 나오지 못하더라도 결국 언젠가 다시 보름달이 뜬 밤하늘을 볼 수 있을 거란 확실한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갑자기 막연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요새 들던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들, 내가 바라는 순간이 올까 하는 그런 불확실한 기다림도 보름달을 기다리던 것처럼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요? 굳이 목 빠져라 기다리지 않더라도, 결국 만났을 때는 어제의 밤하늘처럼 그토록 찬란한 순간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간 그런 때가 올 거다 하는 확신이 있다면 아마 그때까지 잘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확신마저도 보름달에 구름이 가리듯이 잠깐 희미해질 수 있겠지만, 뭐 어떤가요. 희미해질지언정 흩어지지 않을 걸 전 알기에, 그 순간마저도 결국 사뿐히 지나올 거라 믿어 볼려고 합니다.


 물론 근거 없는 확신은 제 풀에 쓰러지기 마련이기에 우린 노력해야 합니다. 그저 믿기만 하는 것은 제 스스로 쓰러지지 않는다 한들 노력하지 않을 좋은 핑계가 될 수도 있으며, 결국 현재의 걱정에서 도망치는 꼴밖에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나아감으로써 믿을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주고, 동시에 믿음으로써 스스로 나아갈 용기를 가져 보려 합니다.


 우리 앞날에도 보름달이 결국 뜰 거라 믿습니다. 앞으로 그 보름달을 기다리며, 보름달이 뜨리라 확신할 수 있도록 스스로 나아가며 당신에게 전할 이야기가 생긴다면 또 전하겠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한 주도 무탈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건 특별한 감정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