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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근 Apr 16. 2022

일기 써야겠다

이번엔 "진짜"다

얼마 전 코로나 격리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동안 나오지도,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고 방 천장과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으니 밖을 돌아다니는 것이 참 그리웠습니다. 격리가 끝나고 며칠 동안 돌아다녀 보니 벚꽃이 지고 나무가 푸르게 물들긴 했지만 늘 그랬듯이 모든 게 그대로였습니다. 그럼에도 숨을 깊게 들이쉬면 풍선처럼 날아갈 것 같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술 한잔 하고 있자니 정말 흘러가는 것조차 아쉬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자 문득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일기 써야겠다.


조심스레 생각해 보건대 당신과 저와 많은 사람들은 이 생각을 해 봤을 것입니다. 아마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생각해 봤을 것 같은데, 부끄럽게도 저는 아직까지도 일기를 제대로 쓰지 않고 있습니다. 펜을 잡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잡아도 평소에 글을 쓰지 않던 저는 시작을 하는 것부터 너무나도 어려웠기에, 내가 느꼈던 특별함과 그 순간의 많은 감정을 온전히 담아 날 자신도 없기에 펜을 놓아 버렸던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 핑계입니다. 뭐 남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고 그냥 써 놓으면 되는 걸 굳이 굳이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다 한 것이라 하면 할 말도 없고, 이왕 쓰는 거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건 사실이지만 써야 느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안 써도 큰 문제는 없지만, 그냥저냥 지나가는 하루도 아깝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사는 데는 오늘 하루를 글로 풀어내며 곱씹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으니 이렇게 대놓고 "써야겠다!"라는 말을 적어 놓았습니다.


같이 쓰잔 말은 못 하겠습니다. 혼자 쓰자니 제 의지가 부족해서 주변에 괜히 찔러보는 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결국 안 할 놈은 안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에 이번엔 그냥 제대로 한 번 노트 한 권 사서 써 보려 합니다. 노트를 채워 가다가 나아진 부분이 있다면 그런 것에 대하여도 이야기를 적을 테니, 그때 좀 혹한다면 당신도 한번 써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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