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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사람 Jan 10. 2024

상관 없는 사람들의 상관

더글로리 드라마의 얼개들(스포 없음)

  인간이 각자의 처지와 관계에서 마땅히 해야할 도리를 하지 않을때, 상관없는 사람들의 작은 관심이 구원이 될수있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악의 서사는 인간이 각자 자신이 해야할 마땅한 도리를 행하지 않고, 심지어 더 적극적으로 악을 행하면서 시작되고 계속되고 재생산된다.

  친구 연진이와 패거리들, 동은의 학교 담임선생님, 동은의 친엄마 등. 이들은 각자 스스로 정당한 이유로, 혹은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악을 행한다. 악은 언제나 악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일이 없고, 작은 관심, 교육목적상의 체벌, 예의범절을 가르치기 위해 라는 명목으로 행해진다. 사실은 동은을 보호해야할 할 사람들의 악이 더 무섭다.


  이런 악의 서사에 대항하는 것은 주인공 동은이 뿐만이 아니다. 홀로 남겨진 동은이는 처절하게 계획적으로 복수를 준비하며 주변의 여러 사람들을 포섭한다. 이런것 조차 동은의 계획 속에 다 포함되어있었다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관점을 약간만 바꾸어보면 그 주변사람들도 사실 각자 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들은 우연히, 혹은 비자발적으로, 혹은 동은의 거미줄에 걸려 들어오게는 되었지만 정작 움직인 것은 그들 자신이었다. 전혀 동은과 상관 없던 사람들이 작은 관심을 보이고 상관있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들 각자도 각자의 분노와 불의와 도리와 정의가 뒤엉켜 있었다. 그러나 딱히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을때 동은이라는 인물의 복수혈전에 묻어가기로 소심하게 결심한 것이다.

  동은의 하숙집 주인 할머니, 주 선생, 폭력에 노출된 아줌마, 아이 학교의 이상한 남자선생님, 그 남자선생님의 문제를 알고있는 다른 선생, 여행사 직원, 옷가게 점원, 예비 시모, 경찰, 동은이 담임의 아들 등은 모두 동은이나 악의 패거리들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는 자들이다.

  각자의 분노와 불의는 사실 다른 곳에서, 다른 시기에 다른 사람한테 받은 것들이다. 자신들의 분노를 유발한 자들에게 여러가지 이유로 바로 직접 항거하지 못하다가 악에 직접 항거하려는 동은을 보게된다. 이전까지 그들은 동은의 불행과는 상관이 없었지만 상관이 있기로 한다. 소심하게나마 동은의 복수를 도와주는 것으로 자신의 복수도 완성한다.


  때로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작은 관심이 구원이 될수도 있다. 남의 불행에 끼어들기란 내가 당하는 것 이상으로 쉬운일이 아니다. 작은 참견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랑 상관 없다고 지나치지 말고 눈여겨 볼일이다. 왜냐하면 우리 바로 주변의 누군가는 오늘도 마땅히 받아야할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스러져가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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