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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사람 May 11. 2024

루틴, 매일 팔굽혀펴기의 기적

나를 일으키는, 사소한 루틴의 힘

매일, 매주, 매달, 매년, 당신 자신을 위해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것이 있는가? 작은 하나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당신을 일으켜 세울 것이다. 어려움에 닥쳤을 때 무너지지 않게 해줄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정말 약했다. 워낙 작게도 태어났고 잔병치레가 많아 이 아이는 곧 죽을 줄 알고 출생신고도 한참 나중에야 했더랬다. 어려서 거의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가 며칠만에 깨어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무렵 내가 이불속에 누워있는 나를 본것 같기도 하다.


죽지 않고 살아났어도 자라면서 허약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잘 못 먹고, 못 먹으니까 몸도 작고, 기운도 없고, 그러니 또 점점 신체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중학생 때도 체육시간에는 벤치에 앉아있는 날이 더 많았다. 그때부터 나는 몸쓰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미련없이 포기하기로 했다.


일단 포기

노력해서 될 게 아니었다. 체육은 항상 '가'였다. 운동이나 스포츠 게임은 내가 감히 끼어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게임도 두려웠고, 공도 무서웠다. 여자 아이들도 가끔 운동 경기를 하곤 했는데, 나는 끼워주지도 않았고, 나도 감히 들어가보려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같은 편 먹기 싫은 애... 라고나 할까?


20대 후반에 늦깍이로 고시공부를 할 때,  따로 운동할 시간도 돈도 없었다. 체력은 매일매일 곶감을 빼어먹듯 고갈되고 있었다. 하루는 이가 너무 아파 치과에 갔는데 치아상태가 너무 안좋아 당장은 이를 뽑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하루는 배가 너무 아파 응급실에 겨우 기어갔다가 응급실에서 쓰러진 적도 있었다. 의사가 의아한 시선으로 나를 보며 영양실조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했다. 나는 전혀 의문스럽지가 않은데, 그 의사에게는 서울 한복판에서 장성한 20대 영양실조 환자를 보기가 쉽지 않았던가 보다.


한 평 고시원에서 시작한 팔굽혀펴기의 힘

말라 비틀어지기 전, 어느날 1평도 안되는 창문도 없는 고시원 방안에서 결심했다. 머라도 하자. 그래서 생각해낸게 팔굽혀펴기 였다. 이방에서 돈도 안들고, 시간도 안들고, 내 스스로 할수 있는 거라곤 팔굽혀펴기 밖에 없었다.


매일 딱 내 나이만큼만 했다. 그 이상은 도저히 할수가 없었다. 처음엔 27개로 시작했던 거 같다. 27, 28, 매일 29개씩 팔굽혀펴기를 했다. 고시공부라는 것이 처음엔 계획, 중간엔 엉덩이힘, 막판엔 약발이라고 하는데, 나는 한약 먹을 형편도 안되었다.


그러나 내경험상 정말 마지막 시험답안 쓸 때는 팔힘, 즉 악력이 결정적이었다. 일주일간 또박또박 글을 쓰려면 팔힘이 절대적이었다. 그런 결과까지 기대한 건 전혀 아니었는데 해냈으니, 아마 고시 답안지 써내려갈때 마지막 나의 팔힘은 순전히 팔굽혀펴기에서 나온게 아닐까 싶다.


건강하게 태어난게 복이라면,
약하게 태어난건 하늘이 내게 준 시험이다.


이후에도 직장생활 하고 결혼하고 육아도 하면서 의식적으로 헬쓰장으로 다니거나 주기적 운동을 하진 못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여전히 바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몸이 허약하다는걸 의식하고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걸으려고 노력했다.


9층에 있는 과 사무실에 가기 위해 지하에서부터 걸어올라갔다. 1층에 대략 20개 정도의 계단층계가 있으니 매일 스쿼트 200개 정도는 하는 셈이었다. 점심시간 특별히 다른일이 없으면 무조건 걸었다. 쉬는날에도 걸을수 있는 곳을 찾아나섰다.


코로나로 대외활동이 위축되고 모두가 안팎으로 스트레스 받던 때, 나는 매주 테니스를 꾸준히 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30분씩 레슨 받고 서브 연습을 꾸준히 했다. 역시 게임은 하지 못했다. 레슨 받는 동안에도 항상 옆 코트에서는 멋진 서브와 게임 스코어 세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곤 했다. 나도 끼고 싶었지만 그럴 실력이 안되는걸 잘 알았다. 레슨받은 구력만으로는 5년이 넘을텐데... 그럴 때에도 나는 나를 위로 하였다. 그래.. 좋아하는 건 돈내고 하는거야...


꾸준한 걷기 루틴이 쌓여 저 남미의 고원 파타고니아까지 다녀올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걷기든 팔굽혀펴기든 작은 루틴들이 쌓여 남미의 고원 파타고니아까지 다녀올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계단 하나 올라갈 힘이 있으면 언덕도 오를 수 있다.


루틴.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겉보기에 별 표도 안나는 나와의 약속 같은 거였다. 이 매일의 루틴 덕분인지 나는 지금까지 크게 아픈것 없고 크게 지친것도 없이 매일매일의 스트레스를 지나쳐왔다. 자잘하게 해왔던 나의 작은 노력들이 수십년간 모여 잔근육들을 만들었다. 무관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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