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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사람 May 14. 2024

5월 - 제주의 곶자왈 올레길과 그 끝에 선 오설록

ㅇ곶자왈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이다. 제주어로 곶은 ‘숲’, 자왈은 흔히 자갈, 즉 ‘자갈이나 바위 같은 암석 덩어리’ 혹은 덤불 더미를 뜻한다. 예전에 제주에서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한 용암 지형으로 나무와 돌 따위가 제멋대로 뒤섞여있는 이룬 숲을 말한다.


지면의 땅도 기름진 흙이 아니고, 현무암과 현무암 토양으로 나무들이 단단하게 뿌리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곶자왈에서는 곧게 뻗어 오른 나무들을 보기 힘들다. 돌과 흔들리는 바위 사이를 비집고 태어난 나무들은 휘어지고 구부러진 채로 자라났다. 그 나무 주변에서 다시 덩굴들이 나무를 휘감으며 함께 살아간다. 특히 화산석을 휘감고 땅 위로 뿌리를 노출한 나무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를 ‘판근현상’이라고 한다.

곶자왈 지대를 걷다보면 진흙도 아니고 흙도 아닌 거무틱틱한 독특한 토양지대를 걷기 쉬운데, 이는 점성이 낮은 파호이호이 용암이 흐르다가 식어 굳어지면서 부서져 토양이 된 것이라고 한다. 이 용암의 표면에서 내부로 주상절리가 만들어지는데, 이 절리면을 따라 암석이 덩어리 형태로 부서져 모이면서 곶자왈 지대를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ㅇ제주의 곶자왈 - 어디가 어디여?


제주에서 곶자왈을 가보라고 해서 막상 가보려고 할때 지도에 곶자왈이 사방에 찍혀 난감한 기억 갖고있을 것이다. 곶자왈은 어느 지명이나 장소의 이름이 아니라 화산지대 같은 토양지대의 보통명사이다. 즉, 제주도 전역에 일정 등고선의 위치에  곶자왈 지대가 있는 것이다. 등고선 상 제주의 곶자왈 지대는 대부분 해발고도 200~400m 내외의 중산간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곶자왈 지역은 주로 완만한 경사를 가진 제주의 동서방향을 따라 손가락을 뻗듯이 위아래로 발달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사람이 주로 살던 해안 지역과 목축 등으로 사용되던 산간지역을 자연스럽게 완충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중에서 보전상태가 양호하고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정돈된 곶자왈 지대를 제주의 4대 곶자왈로 구분하고 있다. 제주도의 공식 곶자왈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여기엔 제주도 서부의 한경-안덕 곶자왈 A, 애월 곶자왈 B, 그리고 동부의 조천-함덕 곶자왈 C,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 D 가 있다. 이중 대표적인 곶자왈공원으로 울타리와 산책로를 조성해 놓은 곳으로 1.제주곶자왈도립공원, 6.교래곶자왈공원 등이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_곶자왈현황_20190401.csv (1.34 kB)

- 곶자왈 (visitjeju.net)

- 지도 제주곶자왈도립공원 (jejugotjawal.or.kr)


ㅇ올레 14-1 코스 - 2번 청수-무릉 곶자왈 올레길


14-1코스는 앞서 제주도의 공식 곶자왈 구분지도상에서 볼 때 2번 청수-무릉 곶자왈 지역을 걷는 코스이다. 이곳은 특정 공원이나 울타리가 있는 장소가 아니라 곶자왈 지대라고 함이 맞겠다. 무릉 신평 일대의 곶자왈 지대의 끝에 오설록이 있는 셈이다. 일반적 올레코스로는 14키로미터, 5-6시간이 족히 걸리는 코스이며 도심지나 해안가가 아니라 혼자 걷기에는 무서울 수도 있다.


곶자왈이 덤불숲이라 곶자왈 안으로 들어가면 습하고, 나무 줄기가 우거져 있고, 길도 좁은 길이 많다. 따라서 전 코스를 걸으려면 동반자와 같이 가는것이 좋고, 아니면 오설록에서 출발하여 근처 곶자왈 숲을 걸어보고 다시 오설록으로 돌아오는 속성 코스를 추천한다.

곶자왈 안에 들어가면 대표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 콩짜개 덩굴난 이다. 콩짜개란은 덩굴난초의 하나로 얼핏 보아도 가느다란 줄기에 콩알들이 얇게 펴져 잎처럼 줄기에 달라붙어있다. 이 콩짜개 덩굴, 혹은 콩짜개란 들은 바위에서, 나무기둥, 돌담 사이에도 어디든 습기찬 곳이면 다 잘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다양한 양치류, 즉 고사리 종류가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주 곶자왈에 남방 고사리와 북방 고사리가 곳곳에 섞여 있다고도 한다.

곶자왈의 지질 및 지형적인 특성으로 주변의 외부온도와는 달리 겨울철에는 따뜻하게,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유지될 수 있는데 이를 미기후 환경이라고 한다. 따라서 곶자왈 지역에는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공생할 수 있다.


이 곶자왈 올레길의 끝에는 오설록이 자리하고 있다. 오설록은 건물 옆에 차밭이 있다기보다 자연을 살리려 건물을 지었다고 봄이 더 맞다. 오설록의 자연과 가치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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