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그릴 것인가? 머리를 그릴 것인가? 얼굴은 표정이 있는 사회적 기호이고 머리는 생물학적 기표이다.
마그리트는 강박적으로 시선과 얼굴을 지운다. 이를 어머니의 자살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이도 있다. 그가 열네 살 때 어머니가 물에 빠져 자살했는데 건져 올려진 어머니의 아래 옷자락이 위로 올라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고 한다. 마그리트는 이 모습을 목격했고 이것이 트라우마로 남겨졌다는 이야기이다.
마그리트는 얼굴을 꽃다발, 비둘기, 사과 같은 것으로 가리거나 아예 나무판 등으로 대체하기도 하고, 또는 헝겊을 뒤집어씌워 완전히 시선을 차단한다. 이는 '본다'는 시선에 가치를 둔 회화 입장에서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처사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의미심장한 부정의 메시지가 녹아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 상대에 대한 욕구의 시선, 욕망의 시선을 숨긴다. 이는 처세술에 해당되는 숨김의 미학인가? 등장인물은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모든 걸 감춘다. 이들은 인간만이 가면의 시선을 갖는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려 한다.
타인의 시선은 실로 따갑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 앞에서 굳기도 하고 녹아내리기도 한다. 나 역시 타인이 되어 날카로운 시선을 흩뿌린다. 그러나 나는 나의 시선으로 나를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