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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경 Jun 12. 2023

시선

얼굴을 그릴 것인가? 머리를 그릴 것인가? 얼굴은 표정이 있는 사회적 기호이고 머리는 생물학적 기표이다.


마그리트는 강박적으로 시선과 얼굴을 지운다. 이를 어머니의 자살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이도 있다. 그가 열네 살 때 어머니가 물에 빠져 자살했는데 건져 올려진 어머니의 아래 옷자락이 위로 올라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고 한다. 마그리트는 이 모습을 목격했고 이것이 트라우마로 남겨졌다는 이야기이다.  


마그리트는 얼굴을 꽃다발, 비둘기, 사과 같은 것으로 가리거나 아예 나무판 등으로 대체하기도 하고, 또는 헝겊을 뒤집어씌워 완전히 시선을 차단한다. 이는 '본다'는 시선에 가치를 둔 회화 입장에서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처사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의미심장한 부정의 메시지가 녹아있다. 



인간의 아들, 1964.(좌), 연인들,1928.(우)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 상대에 대한 욕구의 시선, 욕망의 시선을 숨긴다. 이는 처세술에 해당되는 숨김의 미학인가? 등장인물은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모든 걸 감춘다. 이들은 인간만이 가면의 시선을 갖는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려 한다. 


타인의 시선은 실로 따갑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 앞에서 굳기도 하고 녹아내리기도 한다. 나 역시 타인이 되어 날카로운 시선을 흩뿌린다. 그러나 나는 나의 시선으로 나를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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