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은 어떻게 일할까?
우아한형제들의 일하는 문화, 일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해서 회사 내 주요 임직원들이 공유하는 자리로 꾸며진 <이게 무슨일이야!> 컨퍼런스가 엊그제 온/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유튜브 라이브로 시청하며 중간중간 놓친 부분도 있었는데, 총평을 하자면 '일'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완성도 있게 기획한 트렌디한 기업설명회를 보는 듯했다.
중간중간 올라온 유튜브 반응들을 일부 발췌해 보았다.
"회사 생활이 이렇게 좋아 보이는 건 처음이에요!"
"배민은 소통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런 분들과 일하는 분들이 진짜 부럽네요."
"역시 남다른 회사에는 남다른 대표님이 계시네요!"
"배민 마렵다. 당장 회사 때려치우고 싶다!"
(쭉 봤지만 직원들의 알바성 댓글은 아니었다)
이 컨퍼런스 하나로 라이브 시청자 수천 명, 영상 아카이빙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의 구직자와 예비 구직자들에게 우아한형제들의 직장으로서의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고 본다.
각 세션별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이란, 우아한형제들의 일하는 방식을 포스터 한 장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그 각각의 의미와 일에 대한 생각에 대해 김봉진 의장과 대담하는 형식의 영상으로 컨퍼런스가 시작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11가지 중 9번째인 가족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는다라는 항목. 김봉진 의장은, 구성원들이 일하는 것은 결국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이고 그 의미를 강조하고자 이 항목을 포함시켰다고 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배달의민족 한나체, 주아체는 김봉진 의장의 두 딸의 이름에서 따왔을 만큼 가족의 의미를 중요시하는 김 의장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영상에서 한 번도 '직원'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대신 '구성원'이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한 점도 인상 깊었다. 회사라는 주체는 사실 실재하지 않는 것이고 옆의 동료가 곧 회사이며, 동료들끼리 믿고 일할 수 있도록 독려하게 만드는 것이 결국 일을 잘하는 방법이라고 얘기했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 간의 관계와 소통을 중요시하고, 그 구성원 하나하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배달의민족 도현체는 회사 구성원의 자녀 이름에서 따왔다.)
5년 전쯤 갓 창업해서 한창 팀 문화에 대해서 고민할 때, 김봉진 의장이 연사로 나온 세미나를 들으러 간 적이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내용이 '회사 구성원들이 회사의 소식을 절대로 외부 기사로 먼저 접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었다. 내부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대한 김봉진 의장의 절대적인 철학을 알 수 있었다.
본 세션은 사전에 촬영한 편집 영상이긴 했지만, 한 회사의 수장의 생각과 철학을 직접 외부인이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사실 흔치 않다. 이직을 준비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기회가 있다면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나 작은 규모의 기업은 대표가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인가가 이직 전후에 어마어마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해당 세션은 아래 유튜브 영상으로도 바로 시청할 수 있다.
주제만 봤을 때 가장 흥미가 갔던 세션이었다. 누구나처럼, 나 또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배민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게, 연사로 나온 임직원들이 실제로 본인들이 일할 때 사용하는 책상의 소품과 배치를 그대로 연단에 가져왔다는 부분이다. (아, 이 깨알 디테일 어쩔)
세션 내용으로 돌아가서,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떤 회사든 이상한 사람이 있지만 그 비율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이는 기업문화에 기인한다고 본다.
기업문화가 좋으면 이상한 사람도 적을 가능성이 크다.
이상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상한 면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환경에 따라 그 이상한 면을 좋은 결과로 만들기도 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게도 한다.
이것이 기업문화가 좋은 회사에 이상한 사람이 적은 이유다.
대부분 연봉 등을 회사 선택의 기준으로 삼지, 기업문화 때문에 입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만약 이상한 사람들과 일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것이 본인의 퍼포먼스에도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면 좋은 기업문화를 회사 선택의 최우선 순위로 두자.
입사 전 기업문화에 대한 정보를 찾긴 쉽지 않지만, 정보 수집에 총력을 기울여 보라. (공감)
경쟁보다 협력하는 기업문화를 추구한다.
경쟁적인 문화에서는 부서 간 병목이 발생하고 상대방 탓만 한다.
협조적인 문화에서는 나의 의견이 존중되고 신뢰가 쌓이게 된다.
회사 내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해도 (조금 오버해서라도) 좋은 의도였을 거라고 생각하는 마인드 트레이닝을 해보자.
보통은 내가 누군가가 이해가 안 된다면, 사실은 그 사람이 싫은 것이다.
상대방을 이해해보기 위해 노력하고 내가 충분히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자.
혹은, 일의 세계관의 차이를 이해하도록 하자.
일의 세계관이 다른 사람은 서로에 대해 굉장히 어려워할 수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 때문에 내 일의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것은 무조건 경계해야 한다.
이럴 땐 첫째로, 그 싫어하는 사람이 나에게 영향력을 미치지 않도록 에너지를 꺼야 한다.
어렵겠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각자 노하우를 터득해야 한다.
아니면, 그런 사람과 일할 때는 내 일에 대한 완성도를 좀 더 높이자.
허점 없이 좀 더 타이트하게 일해서 그 사람과 마찰이 발생하는 상황 자체를 없애자.
이렇게 하면 나 스스로도 발전하고 오히려 좋아~
이래도 저래도 안되면,
돔황챠~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말씀하시고 세션 내용도 그렇고, 약간 도인의 경지에 오른 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같이 주옥같은 내용이었지만, 사실 이러한 멘탈 컨트롤이 누구나 가능하다면 사람 때문에 퇴사하는 회사원들이 그렇게나 많을까 싶긴 하다ㅠ
그래도 개인적으론 좋은 인상이 드는 리더였고, 라이브 댓글도 대부분 나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처럼, 좋은 리더의 좋은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예비 구직자들로 하여금 '저런 사람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하는 것도 이번 컨퍼런스의 의도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음 세션들의 연사들을 보면 이러한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아.. 이 분 세션은 사실, 실제로 봐야 하는데.. 글로써 그 현장의 분위기와 연사의 캐릭터를 온전히 옮기는 것이 불가능한 세션이다.
개인적으로 연사의 캐릭터에 묻힌 것 같아 아쉬울 정도로, 감탄스러웠던 세션이었다. 마치 이렇게 하면 일 잘하는 척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갔지만, 사실은 이런 '척'은 부끄러운 것이고 우아한형제들 구성원은 '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시종일관 일 잘하는 척 하는 법을 알려줬으므로, 그 내용을 적어보겠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들도 매우 쓸모 있게 느껴졌다 ㅎㅎ)
[일 잘하는 척 하는 법]
1. 충성심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라.
2. 같은 언어를 따라 써라.
- 상급자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도, 그냥 그대로 따라 해라 (+충성충성!)
- 그럼, 얘는 참 일 잘해 보인다는 착각과 신뢰를 준다
3. 일하는 모습을 콘텐츠로써 쇼잉해라.
- 자신의 SNS에 일에 대해 써보자. 글로 쓰면 괜히 의미가 생기고 프로처럼 보인다
- 발표 같은 거 할 때 멋있게 컨셉 사진 꼭 남기고 프사로 올려라. 매우 있어 보인다
4. 멋진 말을 써라.
- 실무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추상어를 사용하면 일 잘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5. "본질적으로~"로 시작하여 어려운 말을 써라.
(부록) 일 못하는 척 하는 법
1. 기대감을 주지 말자.
2. 반복된 스킬로 그냥 쭈욱 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지 말자.
3. 질문하지 말고, 겸손하자.
이런 내용이었어도, 다시 말하지만 결론은 이렇게 일한다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고 '척'이 아닌 '진짜'가 되려면 솔직하게 일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우아한형제들이 '척'하지 않으며 일하는 사례들을 은근하게 소개하였다.
난 그냥 이 분이 천재라는 확신이 들었다.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기믹인가도 싶었지만, 댓글창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실제로도 저러시다고 하더라.
같이 일하면 정말 재밌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어쨌든 연사 분에 대한 댓글창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직전 세션과 반대로, 개인적으로 이 세션은 내용보다는 연사 분이 인상 깊었다.
사실 내용 자체는 피플실에 대한 소개와, 실에서 기업문화 제고 및 구성원들을 위해 하는 여러 활동들에 대한 소개가 주였다. 물론 그런 활동들도 정말 매력적으로 보였고, 댓글창에서도 '회사에 저런 게 있다고? 부럽다'는 반응이 상당했다.
하지만 난 그보다 안연주 님이라는 사람이 정말 선하고 (좋은 의미로) 감성적인 분이라는 게 느껴졌고, 이런 분이 피플실장으로 있는 회사라면 기업문화가 선진적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연사라기보다는 라디오 DJ와 같은 편안함으로 시종일관 세션에 임해주셨다. 준비한 걸 기계적으로 소개하기보다는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차분하게 스토리텔링 하는 느낌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의 구성원을 대하는 철학과 그것을 대표하는 페르소나를 실물로 보는 것 같아서 인상 깊었다.
(생각해보니, 과거 배민 면접 봤을 때 들어오셨던 분이군요!)
마지막 세션은 김범준 대표의 순서였다. 특이하게 회사 구성원 중 한 분이 함께 나와 1:1 면담을 공개적으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표이사의 스피치를 딱딱하지 않게 풀면서도, 소통을 중요시하는 회사의 이미지를 마지막까지 녹여내는 구성에 또 한 번 탄성이 나왔다.
앞서 말했듯이 한 회사의 수장의 이야기를 외부인이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기회를 수천 명의 구직자, 예비 구직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고, 이를 김 대표가 너무나 깔끔하게 잘 살렸던 시간이었다.
나도 직접 말하는 걸 본 건 처음이었는데, 스마트하고 열린 마인드의 리더이자 든든한 멘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군더더기 없이 잘하고. 댓글창 반응은 뭐 거의 팬카페 하나 생길 분위기였다.
아래는 주요 내용이다. (컨퍼런스 시작 후 3시간이 지난 뒤라 집중력이 몹시 떨어져 많이 놓침..)
Q. (질문 놓침)
A. 목표 달성이 미비하더라도, 나중에 생각했을 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Q. 평상시 영감을 어떻게 얻으시는가?
A. 유명한 사람의 말보다 주변 사람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유명한 사람들의 행동론이 멋있게 보일 수는 있지만, 내가 처한 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동일하게 적용해보기 어렵다. 각자의 상황에 따른 컨텍스트가 중요하다.
Q. 잘 맞는 동료상이 있는가?
A. 두 가지다. 일의 컨텍스트를 잘 공유해주는 사람과 그 컨텍스트를 잘 이해하는 사람.
대부분은 프로젝트의 킥오프 때 유관부서 사람들을 모아서 프로젝트의 내용과 태스크를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잘해봅시다!' 하고 끝낸다.
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킥오프 전에 각 부서장을 1:1로 만나 해당 프로젝트의 컨텍스트를 각 부서의 입장에서 설명/납득시키고 그들을 자기의 편으로 만든다.
그렇게 하면 킥오프 이전에 모든 게 정리된다.
착수 보고는 시작이 아니라 끝내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극히 공감)
Q. 팀장으로서 건강한 팀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너무 대표이사스러운 답변 같지만) 그럴수록 일에 집중해야 한다. 방법론에 대한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현실을 더 가까이해야 한다.
팀 구성원들이 각자 맡은 일의 의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이 업무의 문제는 뭔지, 어떤 걸 개선하는 게 좋은지 여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면 정말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어쨌든 직장은 일을 하는 곳이고, 팀원들이 이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려면 일이라는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Q. 날씨도 좋은데, 다 털고 나가 놀고 싶은 때는 없는가?
A. 왜 없겠는가. 그럴 땐 점심시간에 1시간 정도 산책하는 편이다.
모든 순간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 고통받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 힘이 들 수는 있지만 불쾌하면 안 된다.
Q. 배달의민족의 최종 목표는?
A. (김봉진 의장의 말을 빌자면) 모든 회사는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에는 망하지만, 그때 '저런 회사가 있었지. 저 회사만의 분위기가 있었고, 저 회사는 다른 시도를 했었지.' 이렇게 회자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
Q. 대표님의 넥스트 커리어는?
A.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는 현대 사회에서는 커리어가 사다리가 아닌 정글짐이라고 말했다. 상승/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도 하고 저런 일도 하고,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는 것이 지금의 커리어 트렌드이다.
본인 또한 지금은 우형의 대표이지만, 앞으로 일을 통해 어떤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넓게 보려 한다.
Q. 꿈이 있다면?
A. 동료가 해준 말인데, 나를 모르는 1000명이 나를 좋아해 주는 것보다, 나와 같이 일했던 10명이 '당신과 또 일하고 싶어요'라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
오늘 컨퍼런스를 통해 우아한형제들은 또 한 번 영리하게 채용시장에서 자신들의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고 본다. 대기업, 창업, 스타트업 전전하며 직장생활 11년차인 내가 봐도 매력적인 기업 문화와 함께 일하고 싶은 리더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저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치만 잘 포장하고 브랜딩 해서 보여주는 것도 엄청난 능력이다. '우린 이런 멋진 문화가 있고,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야'라는 것을 부담스럽지 않게 잘 어필한 행사였지 않나 싶다.
너무 특정 기업을 찬양하는 게 아니냐고 할까 봐, 사실은 난 쿠팡이츠만 이용한다는 것을 고백하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