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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프스푼 Apr 03. 2022

대기업 8년차, 헛똑똑이 탈출을 위해 스타트업으로 가다

며칠 전, 전 직장 동기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해 궁금하다며, 요즘 이직 준비 중이라고 하더라. 물어보니, 사유는 이랬다.

일이 재미도, 가치도 없어. 그리고 여긴 이제 답도 없다.


소위 'SKY' 중 한 곳의 경영대를 졸업하고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에서 조기진급까지 하여 일찍 과장을 단 형이 이런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에 관심을 가진다는 게,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동일한 환경에서 같은 생각을 몇 년 일찍 하고 이직을 결심했던 나로선.


다만, 요즘 대기업 다니는 지인들의 이와 같은 문의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 같긴 하다. 그래서 비슷한 생각과 궁금증을 갖고 계신 분들께 정보도 드리고, 그동안의 내 행적과 생각의 흐름도 정리할 겸,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이전 직장을 퇴사하기 전까진, 대한민국의 평범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기대하는 전형적인 삶을 살아왔다. 열심히 공부해서 괜찮은 대학 나오고,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대기업 중 한 곳에 취직했다.

대충 여기 중 한 곳의 제조업 기반 핵심 계열사 | 뉴스워치


그러다 3년쯤 지나고 약간의 퇴사 뽐뿌와 함께 좋은 기회가 생겨 얼떨결에 창업을 하게 된다. (부모님 몹시 당황)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3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나마 이 기간의 경험과 경력을 인정받아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갔다. (부모님 다시 안도)



현타가 강하게 온 건 이 시기였다.



"연차로는 8년차, 뭔가 이것저것 해온 것 같긴 한데 결국 남은 건 수많은 보고서와 이를 정리하는 잡기술 뿐인 듯한 이 공허한 느낌은 뭐지..?"


"여기서 10년, 20년 존버 해봤자 가장 이상적인 미래라는 게 옆에 앉은 부장, 영혼까지 판다면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지' 싶은 저기 저 상무라고..?"


"기사에선 요즘 '네카라쿠배'가 인기라더라, 게임업계 연봉이 어마어마하다더라, 어디 스타트업 직원은 스톡옵션으로 대박이 났다더라 카던데, 안 그래도 문과 출신인 나를 그런 곳에서 쳐다나 볼까..?"


"이제 곧 과장 달면 회사 옮기기에 몸도 무거워지고, 이 거대한 인력발전소 같은 곳에서 이렇게 내 커리어는 종말을 맞이하는 건가..?"



정신이 혼미해져 오는 그 와중에도 내 인생에 아무 짝에 쓸모도 없는 보고서를 공들여 작성하느라 막차도 놓친 날 밤, 집에 돌아와서 가족에게 '여길 떠나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고 나서 3개월 후, 나는 퇴사를 했다.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IT스타트업 두 곳으로부터 당시 계약연봉 기준 1.5배의 최종 오퍼를 받은 이후의 일이었다. 물론 여기에 인센티브, 사이닝 보너스, 스톡그랜트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이러한 금전적 보상보다 더 긍정적인 것은 일과 업무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월등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곧 내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처음에 다소 걱정하던 가족들도 지금은 모두 잘한 결정이라고 얘기한다.




대기업에서 3~8년차 쯤 되고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라면, 회사 외부 사회와의 단절감과 함께, 자신이 점점 헛똑똑이가 되어가는 듯한 위기의식에 공감할 것이다. 특히 문과생 출신으로 전문성의 부족을 느끼는 분들에겐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건 신입 시절 퇴사 뽐뿌나, 단순히 사람이 싫어 떠나고 싶은 것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고민이다.


삶에 정답은 없다지만, 그분들께 내가 선택한 IT스타트업으로의 이직 과정과 방법, 적응기, 이직 전후의 달라진 점 등을 소개해줌으로써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해드려보고자 한다.


한 분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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