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국민의 힘 개혁 적신호
지난 번 글에서 유승민과 김은혜의 경선대결이 개혁파와 보수파 당원들의 결집 대결이고 신규당원의 여파가 개혁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개같이 멸망 유승민이 이번 당원투표에서 보정 없이 약 15% 뒤져서 패배하였다. 나는 이준석의 영향으로 대선 경선이전보다 3배 가량 증가한 신규당원들이 개혁적 성향을 가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신규당원은 국민의 힘 개혁성향과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이 이번 표결에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국민의 힘의 장기적인 개혁 방향성이 불투명해졌다. 국민의 힘 당원 주류는 아직도 개혁파가 아니라 보수파가 확고하게 위치하고있다. 유승민은 국민의 힘에서 가장 대표적인 개혁파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이 경선 결과는 의미가 있다. 보수파 당원들이 결집하면 충분히 개혁파의 수장이라도 내쳐버릴 수 있다는 함의를 가지고있다.
더군다나 유승민은 이준석과 성향과 가치를 함께하는 정치적 동지이자 많은 부분에서 둘은 안티와 팬들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유승민을 비난하는 사람은 이준석도 같이 비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준석의 개혁적 방향성은 장기적으로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준석 스스로 언급했다시피 당을 이끌 당대표후보가 부적격하다면 다시 다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보수파들이 똑같은 규모로 결집한다면 이준석이라도 별 수 없이 패배의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보수파의 문제점은 이들이 너무 극단적이고 실패를 잘 인정하지 않으며 사고가 경직되어있고 음모론에 심취해서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질 않기 때문에 사실상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것들이다. 이들은 유튜브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빠르게 결집한다. 이 영향력은 이번에 봤듯이 절대로 무시할 수 없고 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너무나도 위험한 지지층이다.
이준석이 기껏 개혁해서 보수당을 사람구실하는 조직으로 만들어놨지만 반동세력들이 이준석을 배제하고 도로한국당으로 퇴보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왜냐하면 개혁을 능동적이고 강단있게 주도할 적임자가 국힘에선 이준석 외엔 없기 때문이다. 보수파들은 장기적인 정치전략에 대한 구상 없이 반동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보수당은 중도층을 실망시켜서 민주당의 40%콘크리트 지지층에 다시 정권을 빼앗길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내가 보수파라고 한 것이 통상적으로 모든 개혁을 반대하는 구 자유한국당 수준의 극우들만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유승민의 패배가 이것과는 관계없이 윤심이 작용했을 수도있고 친박들의 배신자 프레임이 너무나도 견고해서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뿌리박혀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배신자라고 믿는 국힘당원들이 주류라는 것 자체가 개혁과는 거리가 먼 첫번째 문제이며 지금 윤심이 나중에는 친박 진박 소리하던 계파갈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상 당원이든, 정치인이든 주류가 사람이 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회만 된다면 친박 친윤 이름만 달라진 자유한국당 시즌 2가 될 위기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딱 이것만 기억하자. 이준석이 퇴출되고 당 내에서 친윤 반윤 논란이 발생한다면 이 당은 진짜 답이 없다. 다시금 극우가 보수당을 주도한다면 중도층은 586구태와 음모론 극우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적 방황을 감내해야할 것이다. 무릇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수준은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이 그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