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논란이 뜨거운 이유는 지방의료, 필수과 등에 필요한 의사 공급을 위해서 의대 정원을 늘려야한다는 주장과 의대정원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당연한 소리같지만, 분석가의 관점에서 일단 둘다 맞는말입니다.
지방의료 인원 전환율, 필수과 인원 전환율이 극도로 낮지만, 낮아도 동일한 전환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유입을 늘리면 결과값 수치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환율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거나, 전환율 증대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 유입에 필요한 비용보다 많다면 유입을 늘리는 것이 매우 어리석은 해결책이기 때문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출산율에도 적용됩니다. 출산율 저하의 배경에는 요즘 청년들이 결혼을 적게/늦게 하고 있는 문제부터, 결혼을 적게 하는 문제는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 등 출산보다 앞선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특정 프로세스를 거쳐서 결과값이 나오는 현상은 퍼널 분석을 활용해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실제 비즈니스에서도 대부분 프로세스가 존재하거나, input에 대한 output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퍼널 분석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퍼널 분석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퍼널 분석(Funnel Analysis)에서 말하는 퍼널은 깔때기를 의미한다. 깔때기 아래로 떨어지는 결과물을 원하는 수준으로 달성하기 위해, 퍼널의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예를 들면, 랜딩페이지로 유입된 고객이 상품 구매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있습니다. 사이트 방문을 한 사용자는 장바구니에 제품을 추가하고, 결제 버튼을 클릭한 다음, 구매를 완료합니다. 이런 프로세스를 마케팅에서는 AARRR, AISAS와 같은 형태의 모델로 만들어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데 활용하기도 합니다.
꼭 사용자의 구매와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가능합니다. 물류 프로세스에서 주문이 들어간 이후부터 상품이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이나, 혹은 PG 청약을 신청한 이후부터 심사를 거쳐 청약이 완료되기까지의 과정 등이 모두 이런 퍼널 분석을 통해서 결과값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문제를 퍼널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원하는 비즈니스의 결과물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탄생합니다. 세일즈의 경우, 상품을 고객에게 알리고, 이를 통해 세일즈 리드가 발생하고, 여기서 컨택을 한 고객들 중 매출이 발생하게 됩니다. 물류라면 주문이 들어온 이후, 상품을 픽킹/패킹하고, 이게 출고처리가 된 이후에 고객에게 배송됩니다.
다만, 이런 프로세스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늘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수치의 세일즈 리드가 발생했더라도, 어떤 상품은 고객 컨택이 적게 이루어지면서 구매 수치가 낮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상품은 고객 컨택은 높지만, 컨택 후 실제 상품을 구매하는 비율 자체가 낮아서 구매 수치가 낮게 나올 수도 있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컨택 이후의 프로세스를 재정립하는 등 컨택 이후의 전환율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없다면, 컨택 자체를 더 늘리자는 식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면 깔때기는 막혀있는데, 물만 들이 붇는 그런 형태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프로세스에 따라 결과물이 나오는 비즈니스에서, 실질적인 문제 지점을 발견하기 위해서 퍼널 분석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퍼널 분석은 당연하지만, 부분집합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3학년 1반 학우들 전체와 3학년 2반 학우들 중 대학진학 인원을 비교해서 전환율을 산출할 수 없습니다. 3학년 1반 학우들과 3학년 1반 학우들 중 대학진학 인원을 비교하는 형태로 퍼널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퍼널 분석은 크게 전환율과 소요시간을 핵심 지표로 측정하게 됩니다.
1. 전환율
전환율은 유입 및 직전단계 대비 현재 상태의 결괏값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체 가입자 중 구매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로 측정할 수도 있고, 결제 단계 페이지에 유입된 고유 사용자 중 구매이력이 있는 고유 사용자 등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전환율은 분모에 어떤 값을 설정하는가와 어느 정도로 쪼개볼 것인가에 따라서 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환율을 분석하면서, 프로세스를 지나치게 잘게 쪼갠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크고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지나치게 작은 문제에 집중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세스를 쪼개는 것 역시 가설에 따라서 의미 있게 쪼개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환율 분석을 통해서, 목표한 KPI를 위해 필요한 작업에 효과적으로 자원을 배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사이트로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제품에 반하고, 구매를 하는 상황이라면 사이트로 들어오는 사람 자체를 늘려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사이트에는 사람이 넘치게 들어오는데, 결제 단계에서 자꾸 이탈한다면 기존에 이용하는 PG 이외에 간편 결제를 도입하는 등의 작업으로 전환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소요 시간
소요시간의 경우, 고객경험 개선 및 아하 모먼트(Aha-Moment)를 발견하는 것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소요시간이 길게 걸리는 것을 좋아하는 고객은 없습니다. 더 나아가, 소요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 자체가 서비스의 강력한 Selling point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인 '쿠팡'은 빠른 배송 하나로 지금의 위치를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상품노출, 매력 있는 상품소싱 등 여러 가지 노력이 있었겠지만, 지나가는 쿠팡 사용자 10명을 붙잡고 뭐가 좋냐고 물어보면 9명 이상은 빠른 배송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처럼 전체 프로세스에서 소요시간을 단축하는 것 역시, 고객경험을 개선시키는 유의미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하 모먼트에 대한 지표 관리로도 연결됩니다. 아하 모먼트는 제품의 핵심가치를 느끼고 계속 사용하게 되는 특이점을 말합니다. 작년에 토스(비바리퍼블리카)에서 이승건 대표가 직접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면서, 많은 기업들에서 이 지표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아하모먼트는 'X라는 행동을 Y라는 기간 안에 Z 번한다'라는 형태로 표현됩니다. 토스는 4일 이내 2번 송금하는 것, 페이스북은 10일 이내에 7명의 친구와 연결되는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아하모먼트 역시 가입 또는 시작점으로부터 목표하는 결과값에 대한 소요일을 다루기 때문에 이런 퍼널 분석을 통해서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합니다.
흔히 기획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을 칭할 때, 문제라는 현상보다 해결가능한 문제점을 잘 정의하는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퍼널 분석은 간단하면서도, 우리의 핵심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문제점을 잘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분석 기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실무자분들께서 이를 활용해보시길 강력하게 권장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