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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서경 Mar 17. 2022

'26살' 취준생, 내일도 잘 버티기

나의 취준 #1



다들 무슨 이야기로 한마디씩을 써두는지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 답답하고 모자란 나를 적어두는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어서 시작했다. 히히 오늘은 나에 대해서 써보겠어. 이 쓸모없는 26살 취준생의 넋두리를 한번 해봐야지.


나는 경제금융학부를 졸업했다. 들으면 모두가 놀라고 저도 놀라지만 경제학 그리고 금융학까지. 대한민국에 몇 없는 학과 중 하나를 졸업하면서 정말 학부 생활 내내 존재 이유를 찾기 급급했었다. 도대체 이걸 내가 왜 공부하는거지.


이건 비하인드지만 2022 취준을 시작하면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참여하자, 라는 마음으로. 금융사를 열심히 넣고 있다. 하하. 우리은행, 수협은행 그리고 증권회사, 카드회사 등. 서합이 잘 되냐고 묻는다면 아직 하나만 발표가 났기에 할말은 없어요 .. 묻지마 ..



학과 생활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경험은 참 많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항상 필리핀을 꼽아왔다. 결국 성공경험과 실패경험만 중요한 취업에서는 한번도 못썼지만. 6개월간의 필리핀은 나의 모든 것을 바꾸기에 충분했달까. 내면 성장을 일단 접어두고 외면 성장만 꼽아본다면 '영어'가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를 읽은 조조가 꽤나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는데 '오빠 이거 통역해서 말해주라' 라는 나의 말에 살짝 신경질이 난 조조는 너 영어할 줄 알잖아 니가 해. 라고 했었다. 그게 참 한대 맞은 기분이었는데. 내 영어가 사람들과의 소통이 가능했다는 사실에 놀랍고 적잔히 충격을 받았었다.


지역아동센터, 대안학교에서는 영어교사로. 사회공헌사업 현지 코디네이터로. 미국 뷰티 매장의 매니저로. 일하면서 나의 영어는 점점 성장한 케이스인데. 안타깝게도 이 모든 영어 역사는 취업 전선에서는 쓸모가 없더라 ㅎㅎ ^^ ㅎㅎ 





4. 좋아 필리핀 미국 경제금융 이렇게 많은 일들을 했는데 졸업하고는 뭐했어요 라고 묻는다면. 아르바이트 했다. 한국에 있는 드럭스토어에서 고객응대직으로, 조금 더 덧붙이면 평일 6시간동안 8개월동안.


다시는 운동화신는 일을 하지 않겠어, 라고 다짐하며 미국을 정리하고 돌아왔는데. (사실 미적지근하게 정리해서 돌아온 이후에도 언제올꺼냐고 연락은 오셨지만.) 그래도 한국 유통업을 경험해보는 것이 서경학생에게는 좋겠는데 라는 한마디에 바로 GS 랄라블라 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정말 실행력 짜릿해/


그리고 나는 8개월 중 4개월은 오픈 내내 울었다. 내가 뭐가 부족해서 바닥을 닦고 있는지, 이렇게 무시를 당하고 있는지. 최저시급 9000원 받아가며 일하는게 대체 뭘 하는건지 싶어서. 친한 사람 중 한명은 내게 '아르바이트를 평생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는데 너가 직업의 귀천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했었는데, 사실 그것도 맞지만. 입장이 되어보니 쉽지 않았다. 매일이 후회스러웠고 매일이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일은 열심히 해서 성실하다는 좋은 평가는 받았지만.




GS 랄라블라 퇴사서를 2021년 12월 15일에 작성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하고 살았냐면. 엄마 간병을 했다. 엄마가 암에 걸리셨었다. 정확히는 2021년 3월쯤. 그래서 뭘 하기가 좀 무서웠다. 이 이유를 꺼내며 미국 회사에는 돌아가기가 힘들다고 했는데 내 말을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건 그거대로 힘들었고 집에만 있는 삶은 정말 죽는것보다 힘들었다. 이렇게 살바에는 죽는게 낫겠다 삶에 아무런 희망도 무엇도 안느껴졌다.


내 삶은 왜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가 않지, 라는 생각이 나를 둘러싼 기분이었다. 조금 더 유복했다면 조금 더 나은 환경이었다면 나는 공부를 더 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분도 들었다. 열정 하나 없는 삶에 말라 죽기 직전에 2주 정도 대신 일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입사서와 퇴사서를  썼다. 그리고 나는 최종 퇴사를 저번주 화요일 3월 8일에 했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다. 편의점 영업관리가 돈도 잘벌고 제일 낫겠지 싶어서 자소서를 써보기도 했고 면접 직전까지도 갔는데. 그냥 또 그런생각이 들었다. 나 정말 가고싶은거야? 정말 너 그 일이 하고싶어? 그래서 열정이 별로 안생겼다. 합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왜 이럴까 싶어서 지구끝까지 내가 싫어지기도 한다. 첫 직장을 이렇게 까지 고민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은가 싶기도 했다.


나는 내가 성취했을 때 좋고, 새로운 환경에서 빛나면서 적응할때가 좋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잘한다. 취업까지의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처음에는 늦어서 무서웠고 지금도 늦어지는 내가 무섭다. 분명 오늘은 괜찮아 늦어도, 라고 생각하지만 내일의 나는 또 **내인생 어쩌지 하고 있을 걸 잘 안다.


그래서 후회없게 2022 상반기 정말 열심히 자소서 쓸 거고, 그래도 결과 안좋으면 2022년 6월 나는 하와이에 있어야지. 하와이 일기 담는 그날까지 잘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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