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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서경 Mar 17. 2022

전 여자친구가 총을 들고 협박하러 들이닥치는 곳

미국 뷰티매장 인턴십 썰 #1


  1년간 미국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많은 일들을 마주했는데.   기억남는 10 에피소드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첫번째 포스팅입니다.





근무했던 메릴랜드 점포는 회사에서 이제 막 오픈한 매장이라서 모든 직원들이 새롭게 고용되었다. 그중 '크리스'라는 친구가 참 짜릿했다. 처음 일할 당시에는 내게 플러팅을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고. 주변에 있던 패스트푸드 스토어와 우리 점포 두개를 아르바이트하며 살아가던 친구였다.


어느날 그 친구는 총괄 매니저님께 메세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은 '** 나 그만둘꺼야 **' 라는 내용이었다. 참고로 처음부터 끝까지 욕이었다. 당황하지 않고 그래 그만둔다고? 그럼 뭐 딴 사람 고용해야지, 하는 마인드로 나랑 총괄매니저님은 이야기를 나눴고. 음 좀 아쉽네 하고 끝났었다. 문제는 그 오후에 일어났다.


크리스는 오후에 점포를 방문했는데. 그의 말로는, 어젯밤 자신의 전 여자친구(부인)이 집에 들이닥쳐서 양육비를 제대로 보내주지 않는다며 크리스의 게임기를 부수고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본인에게 페인트 건을 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눈 바로 옆에 상처가 있었고 등에도 상처는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크리스의 사촌도 우리매장에 함께 일했는데 그 친구는 나를 구석으로 데려가서는 크리스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그 여자애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를 내게 '울면서' 말했었다.


그곳은 참 그런 곳이었는데.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고 총을 들고 들이닥쳐도 되는 곳이었고. 핸드폰을 뺏어가서 직장에 그만둘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는 것이 복수의 일종인 곳이었다. 게임기를 부순 것이 TV를 부순 것만큼 화가 나는 그런 곳. 알고 보니 그 옆 패스트푸드 스토어에도 동일하게 문자를 보내는 바람에 해고가 되었다고 들었고. 우리 점포는 결국 그를 다시 재고용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긴 했다.


앞서 말했듯 그는 내게 일 끝나고 밥 먹으러가자는 플러팅을 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의 발음을 정확하게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 가만 생각해보니. 그는 아이가 있는 아빠였다. 그러니까 이혼을 했지만 아이는 있는 상태였다.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자녀에게 보내줘야 하는 아빠였다. ^^ ..


이 사건을 겪고 내가 느낀 것은 하나였는데. 이 사회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디부터가 사실이고 거짓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웠는데 당연히도 우리는 그 문화에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행복하고 따뜻한 햇빛 속 미국도 있지만,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이 나를 매번 놀라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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