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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영 Mar 05. 2023

95. 나름 생각해 본 저출산의 해법?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 (7)

나는 전공의 3년차 말에 첫째를 출산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산부인과 4년차 전공의를 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당시 대부분의 여자 전공의들은 그냥 수련과 출산 및 육아를 어떻게든 꾸역꾸역 했다. 힘든 기억으로 둘째를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던 약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어느덧 둘째가 찾아왔다. 2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둘째를 낳은 것이 내 인생에서 선택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한 번 해본 일이라고 첫째 때만큼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기가 너무 빨리 자라는 것처럼 느껴지며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2016년 우연한 기회에 병원 사회공헌실과 초록우산재단이 같이 하는 동티모르에  의료봉사를 일 주일 갔었는데 당시 국제진료소 내과 K 교수 (남) 와 응급의학과 Y 교수 (여) 는 모두 아이가 한 명이었고 부인 또는 본인의 나이는 40에 가까웠다. 나는 Y 교수에게 병원 일을 지속하려면 아기가 둘이 있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혼자서는 외롭고 계속 엄마가 붙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형제가 있으면 둘이 알아서 잘 놀기 때문에 아무래도 워킹맘에게는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K 교수는 40이 가까워진 부인의 나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산부인과적 관점에서 초산모 (첫 번째 임신)의 나이가 40세인 경우와 경산부 (아기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경우)의 나이가 40세인 경우의 산과적 위험도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후자가 훨씬 임신의 경과가 수월하다.) 또한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 둘째를 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우연인지 그 이후 두 교수는 각각 첫째와의 터울이 꽤 있는 나름 늦둥이를 낳았고 나는 그들의 산전 진찰과 분만 과정을 도와주었다. 지금은 각각 딸 바보와 아들 바보가 된 이 둘을 보면 왠지 흐뭇하다.    


가끔은 ‘제왕절개수술을 두 번까지 밖에 못한다면서요’라고 질문을 받는다. 나는 그런 이야기는 어느 교과서에도 없고 세 번째 수술이 힘든 부분은 산모보다는 수술을 시행하는 사람, 즉 산부인과 의사에게 있다고 대답한다. 예를 들면 나의 목디스크가 악화되는 것이라고…  


나의 남편은 (여자 형제도 없는) 외동이다. 이제 부모님께서 나이 드시니 아프신 부분이 많이 생기고 그 짐이 이 외아들 어깨에 혼자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 안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달 2022년 통계청 자료가 발표되었는데 나는 출산율 자체 보다 둘째아를 갖는 비율이 전년대비 16.8 %나 감소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물론 나는 둘째를 임신해서 오는 사람만 진료실에서 만나기에 선입견을 가질 만 했다. 참고로 우리나라 산모의 출산 연령은 2022년 기준으로 33.5세이고, 35세 이상 산모의 비율도 35.7 %가 되었다고 한다. 40세 이상의 산모가 차지하는 분율도 6.5 %로 이제 외래에서 40세가 넘은 산모를 만나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다.


저출산은 사회적 문제이면서 결혼을 안 하고, 자식을 갖지 않겠다는 것은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결혼을 해서 첫째를 가진 부부에게 나는

엄마로서는 둘째를 가진 것이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잘 한 일이었음을,

산부인과 의사로서는 산모의 나이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경산(둘째)은 초산(첫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위험 임신임을,

마지막으로 외며느리로서는 형제의 아쉬움을 솔직히 알려주고 싶다.


얼마 전 우연히 유투브에서 본 자녀를 낳는 것은 ‘잘 키우려고 낳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낳는 거다’ 라는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지나영 교수의 말도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동생이 생기는 것은 첫째에게 ‘집에서 사랑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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