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독서를 정리하며 나의 평점 5점(5점 만점 기준)인 책들을 추천한다. 5점의 기준은 새벽 독서 시간에 출근 준비를 위해 책을 내려놓기 어려운 경우였다. 감사하다.
1.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이어서 읽은
아툴 가완디의 두 번째 책이다.
의사들, 특히 암을 전공하는 의사들의 필독서! 하지만 죽음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결국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책은 8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특히 맨 마지막의 제목인 '용기,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란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2.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정신과 의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던 43세의 그녀에게 닥친 것은 파킨슨병이 었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도 힘들어진 김혜남 선생님은 그런데 파킨슨병 진단 후 결국 10권의 책을 냈다고 하니 역시나 역경은 분명한 선물이 맞는 것 같다.
스페셜 에디션 답게 좋은 내용 투성이라
많은 메모를 하면서 읽었다.
그 중 one top을 꼽는다면
'걱정의 40퍼센트는 아직 생기지 않은 일
30퍼센트는 이미 지나간 일
22퍼센트는 사소한 일
4퍼센트는 손 쓸 수 없는 일
나머지 4퍼센트만 걱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3. 여행하는 인간
문요한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다.
20년간 진료했던 병원을 접고 여행을 하며 느낀 점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인생에 한 번은 긴 여행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년 퇴임 이후 긴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우리에게 딱 좋은 책이었다.
이 책에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구절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문장 셋을 꼽으라면 아래와 같다.
ㆍ생각은 우리를 과거와 미래로 끌고 가지만
감각은 우리를 현재에 머물게 해준다.
ㆍ자발적인 불편은 우리 내면에서 기쁨으로 전환된다
ㆍ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은 명확한 방향을 정하고 확신에 차 걷는 사람이 아니다. 불확실성과 모험을 견뎌낼 줄 아는 사람이다. 다만 자신의 길을 사랑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이다.
4 .살인자의 기억법
우연히 알쓸인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알츠하이머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소개한 자기 책이다. 최근에는 소설이 별로 끌리지 않았었는데 단숨에 읽다 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체험하게 해 준 책이다.
맨 뒤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가라는 존재는 의외로 자율성이 적다.
첫 문장을 쓰면 그 문장에 지배되고, 한 인물이 등장하면 그 인물을 따라야 한다'는
이 문장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5.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저자는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뇌과학자이다.
그녀는 유방암과 흑색종을 치료 받은 이후
흑생종이 뇌로 전이되며 자신에게 나타난 전두측두치매 증상(자제력과 판단력을 잃는)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뇌에서 이성적 판단, 인성 등에 관여하는 전두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암에는 걸려도 좋지만 가급적 뇌의 암은 안 걸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참고로 전두엽은 20대 중반이 되어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한다.
전 남편이 걸렸던 암인 흑색종을 저자가 동일하게 앓게 된 것도 거의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으로 놀랍다.
ㆍ관상동맥질환이 심장의 병인 것처럼
정신질환도 뇌의 병이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공감과 치료법을 찾으려는 헌신이 필요하다.
ㆍ전에도 그랬듯 오늘도 나는 계속해서 살아내겠다는 열정과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된 마음을 함께 품고 있다.
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 닿은 좋은 책
6.걷는 존재
최인아 책방에서 고른 책.
52가지의 다양한 걷기의 방법에 대해 기술한 것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을 다 읽는 순간
당장 걷고 싶다는 것이다.
7. 자기 앞의 생
로맹 가리 라는 유명한 소설가가
에밀 아자르 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소설.
그는 유언에서 에밀 아자르가 본인이었다는 것을 밝혔고 그 결과 콩쿠르 상이라는 유명한 상을 두 번 받았다.
이 책은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내용은 로자아주머니의 죽음을 지키는 알제리에서 온 고아인 모모의 이야기다.
주제를 한 마디로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책 전체에 흐르는 표현들은
본능적으로 섬세하며 관념을 훌쩍 뛰어 넘어 손에서 책을 내려놓기 어려웠다.
예를 들면 저능아에 대하여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 자라지 않기로 마음먹은 아이' 라고 한 표현은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런 문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8. 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역시 최인아 책방에서 고른 책
혈우병으로 관절과 장의 출혈로 생사를 오가느라
중, 고등학교를 가지 못한
그러나 서울대 인문대를 합격한 박현묵 학생에 대해 강인식 기자가 쓴 책이다.
박현묵 학생은 [반지의 제왕]의 저자 돌킨의 덕후로서 '중간계로의 여행'이란 팬카페 활동을 하다가 결국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돌킨의 책 번역가로서의 활동하게 된다.
집에서 공부방을 열고 아들을 키운
엄마의 고생과 어려운 상황에서 밝고 긍정적인 성향을 아이에게 물려준 부모의 긍정의 에너지가 존경을 넘어 전율로 느껴진다.혈우병이라는 질병을 대하는 박현묵 학생이 존경스럽다.
새 임상시험에 등록하며 현묵은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는데 이 계기가 한림대 소아청소년과 김준범 교수가 권한 임상시험이다. 그는 현묵의 대입 추천서를 썼다. 결코 완벽하지 않은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 '임상시험'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를 없애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는 점도 좋았다.
9. 여행의 이유
제주살롱에서 [작별 인사]를 읽은 후
김영하 작가가 쓴 '여행'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졌다. 역시 대가의 책답게 빨려 들어간다.
저자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두려움,
현재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0.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
두 딸과 여름 휴가로 떠난 헬싱키 여행에서 읽은 책.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도 물론 흥미롭지만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마지막에 기술된 작가의 글이었다. 특히 주인공들이 각자의 야심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니 소설의 주인공이 저자의 소유가 아님을 증명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습작 11년째, 37세에 이 책을 처음 출간했다고 한다.
저자의 글에서
ㆍ이 책에서 나는 등장인물들에게 온갖 장점을 부여했다. 교육수준. 외모. 재능. 강한 가족적 배경
그리고 그들이 각자의 야심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를 지켜보고 싶었다.
ㆍ아시아계 미국인이든 그 어떤 사람이든
명확한 표현과 감정이 깃든 목소리와 언어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의 인간됨 자체가 부정된 것이다.
ㆍ나는 내가 아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얼마나 복잡다단한 인물인지 너무나 보여주고 싶었다.
ㆍ나는 등장인물들이 불완전하며 재능 있기를 바랬다. 우리 모두가 그런 인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1. 만약은 없다
일원역사 북클럽에서 빌려서 주말에 완독한 책.
죽음을 생각했던 사람이 죽음을 가장 많이 보는 응급의학과를 선택했다는 저자의 서문과
아들의 글을 본 어머니의 반응을 담은 후기
가 더 인상적이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응급실 상황에 대한 탁월한 묘사 등 그의 필력에 감탄하며 나의 할 일을 미루고 읽었다.
12. 이제 몸을 챙깁니다.
50을 넘은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내용 들이라 집중해서 읽었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에 충만하게 만드는 책.
운동으로 신경세포가 자랄 수 있고
신경성장유발물질(BDNF)가 분비된다니 놀랍다!
몸의 감각을 느끼라는 것이 저자의 메세지다.
13.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의사가 되려는 자, 의사인 자, 그리고 언젠가 죽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하는 책.
연명 의료에 인공영양(tube feeding)이 빠져야 된다는 말에 공감했다.
안락사, 연명의료 등에 대해 새로 알게된 지식도 많았고 죽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된 책
이 책에 대한 서평을 한 문장으로 하자면
'그래요. 나도 친절한 죽음을 원해요!'
14. 첫 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
일요일 아침에 읽기 시작하여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장을 닫은 책
책의 제목은 첫 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
이지만 이 책은 리더쉽과 소통의 기술에 대한 내용이다.
인사말은 2분 이면 족하다고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아래와 같다.
ㆍ보편성을 실현하는 인간은 타인의 이익에도 관심을 두고 타인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좋은 기회를 공유한다. 반면 지엽성이 강한 사람은 나에게 잘하는 사람에게는 잘 하지만 손해를 입히는 사람에게는 공격성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15. 원 해빗
병원 교육인재개발실의 한상만 팀장의 책.
글씨도 크고 문장도 군더더기가 없어 술술 읽힌다.
외국 번역의 자기 계발서들이 반복되는 문구들로 지루한 경향이 있는 반면 이 책은 깔끔하게 읽힌다. 담백한 밀면 같은 책으로 주변에 권하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