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자궁이 터지는 건 무서운 일입니다.

지난 일요일 대한자궁근종선근증학회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자궁근종 수술의 산과적 관점이라는 세션의 패널 토론시간에 나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다'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최근 증가되고 있는 선근증수술 후 자궁파열의 증례들에 대해 여러 대학병원의 사례를 조사하여

자궁이 어떻게 어느 정도로 터졌는지 수술 사진과 함께 그 환자들의 경과들을 알려주었다.

학회 참석자들은 주로 자궁근종에 대한 수술적인 치료를 하는 부인과 선생님들이었다.

마지막에 선근증수술 후 자궁파열되며 산모의 목숨을 앗아간 경우를 보여주었을 때 청중들은 놀란 표정이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긴 여정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산과 의사로서 알려주고 싶은 게 많았던 나는 예정된 강의 시간을 넘기며 이 산모의 중환자실에서의 마지막 새벽 시간을 지켰던 모 산과 교수의 안타까운 마음까지 고스란히 전달했다.

요새 산모들은 아니 여성들은 산부인과적 의학 지식을 전문가에 물어보기 보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찾는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모여 나열하는 온갖 경험담의 홍수와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들의 홍보 전략이 만나는 그 왜곡된 공간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안타깝게도 많아지고 있다.

A는 선근증에 대한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당시 자궁이 파열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이미 아기는 사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다.

B는 선근증으로 수술을 받고 시험관 임신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자궁경부봉합수술을 받았고 1주후 양수가 터져 이른 조산을 했다. 출산 후 태반이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 심한 유착태반 (관통태반) 으로 자궁을 드러냈다.

C는 선근증으로 수술을 받고 시험관 임신 후 조기진통으로 진단 받고 치료 중 갑작스런 혈압이 저하되어 응급수술을 해야만 했다. 수술 소견에서 자궁이 10 cm가 터져 있었다. 

갑작스런 계엄령이 발표된 날, 카톡방에 이게 실화냐 하는 글이 올라왔다.

위의 case들도 모두 실화이다. 이런 실화는 경험담이 나열되어 있는 공간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모두 너무 안타까운 경우다.

수술을 받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안 생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한자궁근종선근증학회에서 강의한 나의 마지막 슬라이드 내용을 공유한다.

1.  자궁선근증 수 후 파열의 위험도는 약 6%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대한 사전 동의 (informed consent)를 받고 향후 임신이 심각한 고위험 임신임을 잘 설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 수술 후 임신 시도에 대한 안전한 기간에 대한 자료는 없다. 지금까지는 6-12개월 후 임신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왕절개수술 후 24개월 이내 임신 시 자궁 파열 위험도가 2-3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성급한 임신을 피하는 것이 좋다.  

3. 자궁 파열의 평균 임신 주수는 30-32 주로 알려져 있으나, 더 이른 주수에 발생할 수도 있다 (예, 22주)

자궁 파열의 증상은 복통 또는 질출혈인 경우가 많고 사산된 후에 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다.

4. 다태 임신을 피하자. 

참고로 자궁파열 후 다음 임신에서 또 자궁이 터질 확률은 절반 이상으로 보고되었다.

참고 문헌

Osada H. Uterine adenomyosis and adenomyoma: the surgical approach. Fertil Steril. 2018:109(3):406-417

National survey of uterine rupture in Japan: Annual report of Perinatology Committee, Japan Society of Obstetrics and Gynecology,2018. J Obstet Gynaecol Res. 2019 Apr;45(4):763-765

Sayama S, Iriyama T, et al. Possible risks and benefits of adenomyomectomy on pregnancy outcomes: a retrospective analysis. AJOG Glob Rep. 2023 Sep 1;3(4):100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