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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영 Dec 24. 2024

127. 내 가족이면 권하지 않을 20대의 시험관 임신

29세의 A는 결혼한 지 3개월만에 임신이 되지 않자 난임 클리닉에 방문하였다. 난임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았고 첫번째 시도에 배아 2개 넣어 쌍둥이 임신이 되었다. 당연히 만삭 가까이 출산할 것을 기대했었는데 32주 갑자기 진통이 걸려 응급제왕절개수술을 받았다. 두 아기는 모두 2 kg 미만으로 태어나 각각 신생아중환자실에서 3주, 6주 입원 후 퇴원했다.  


27세의 B는 결혼한 지 6개월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자 난임 클리닉에 방문하였다. 시험관 첫번째 시술 시, "쌍둥이 원하세요?"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바로 쌍둥이 임신되었고 이후 잘 지냈는데 20주에 갑자기 질출혈과 자궁수축이 생겼다. 응급자궁경부봉합수술을 받았지만 진통은 지속되었고 한 대학병원으로 전원되어 24주에 응급 수술로 600그람 남짓한 두 아기를 낳았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아기의 감염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쌍둥이 아기들은 뇌성마비와 발달 지연을 진단받았다.   


위의 20대 들이 만일 성급하게 시험관 임신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쌍둥이 임신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조산했을까?


난임의 정의는 35세 미만에서는 정상적인 부부생활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는 경우이다.


내 가족이면 20대에서 (아니 30대 초반까지도) 시험관 임신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20대에는 난임이 드물다.

정상적인 가임력을 가진 부부가 1달 안에 임신할 확률은 원래 20% 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이 확률이 100%에 가깝다면 결혼한 부부는 신혼 여행에서 거의 임신해서 와야 다. 누적 임신율은 3개월에서 57%, 6개월에서 72%, 1년 후 85%, 2년 후 93%로 증가한다. 따라서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 후 6개월 이내에  아직 임신되지 않을 확률이 30% 정도인 것이다. 이러한 자연 임신에 대한 기본 확률을 안다면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은데 도움이 될 것 이다.

 

2. 20대에는 가임력이 높다.

20대의 가임력은 30-34세의 가임력의 두 배 이상으로 높다.

워낙 가임력이 높기 때문에 기다릴 여유가 충분히 있다.

반대로 첫 시술에 배아를 개를 넣는다면 모두 다 착상되어 쌍둥이 임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


3. 시험관 임신은 자연 임신에 비해서 여러가지로 고위험이다.

(121. 시험관 임신과 자연임신의 비교 연구들 내용 참고) 이걸 설명해주는 의사는 드물다.


4. 쌍둥이 임신이 된다면 조산율이 60% 에 달하고 이는 단태 임신의 6배에 해당한다.


5.  조산은 뇌성마비의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이다. 쌍둥이 임신에서 뇌성마비는 단태 임신의 4배 증가한다.


임신의 목적은 임신이 아니다. 건강한 출산이다.  

딸들아, 성급한 결정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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