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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경 Jan 24. 2024

할머니, 아버지, 나

2024년 1월 엊그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내 아버지의 엄마

할머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장남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첫 자식이었다

하필이면 나는 딸로 태어났다

나도 모르게 태어났더니

나는

어느 집의 장손녀였다

그건

아들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 가난한 부부의 장녀였다

나도 모르게 태어났던

나는

나는

환영받지 못했다


할머니는

아버지의 엄마는

아버지의 엄마이자 나의 할머니는

나의 출생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반겨주는 이 없이 태어난 나는

태어나자마자 민폐였다


내가 태어난 건

엄마의 탓

아버지의 모든 방황

그 모든 무수한 방황

엄마의 탓


결국

모든 것은

나의 탓

내가 태어나서


엄마와 나는

참 아픈 시간을 보냈다

엄마와 나는

참 억울한 시간을 견뎠다

엄마와 나는

.

.

.

엄마와 나는

오늘 많이 울었다

우리는 많이 울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우리는 할머니에게

잘 가시라고 인사했다

가슴에 박힌 가시

컥컥

토해냈다

할머니 가시는 길

최선 다해

빌어드렸다


안녕히 가세요

우리 다음에

이 다음에

다음 생이 있다면

조금 더 다정하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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