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봉 Nov 15. 2022

유난히 조용한 월드컵



제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엄마와 동생을 마중 나가기 위해 김포공항에 갔다. 도착장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아빠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과 커플 모습까지 잠깐의 이별을 아쉬워하듯 서로 안기며 반가워했다. 


나도 1층의 도착층에서 멋지게 반겨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의도치 않게 사람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수많은 인파 중 엄청 큰 키에 노란색 머리를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유난히 하얀 피부와 낯익은 눈매가 눈에 들어오자 단번에 축구선수 ’조현우‘임을 알아챘다. 


아내로 보이는 분을 비롯해서 가족들이 동행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카타르를 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가려는 것으로 보였다. 순간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괜히 피곤하게 만들 것 같아 마음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나만 알아본 건가? 공항을 빠져나가는 그를 보며 지난 월드컵에서 엄청난 선방쇼로 국민의 영웅이었는데 어느 가는 길을 붙잡고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 공항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그를 보니 조용히 다가갈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카타르로 떠나는 조현우 선수를 보며 드디어 월드컵이 시작되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은 그동안 즐겼던 월드컵하고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우선 항상 여름에 열렸던 월드컵이 추운 겨울에 열린다. 선수 선발도 23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났고 우리나라는 예비 선수까지 뽑았다. 그리고 월드컵마다 거리를 붉게 물들인 거리 응원도 하지 않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여론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데 언론에서 딱히 분위기를 유도하지 않고, 월드컵 특수를 위해 수많은 기업들이 월드컵 관련 광고도 하는데 눈에 들어오는 광고가 없다. 정말 우리나라 월드컵 역사상 가장 반응이 냉랭한 듯하다. 다들 월드컵에 그리 기대가 없는 듯하다. 


여론과 다르게 나에겐 가장 기대되는 월드컵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많이 비난하는 벤투 감독 때문이다. 사람들이 비난하는 벤투 감독의 '고집'이 오히려 월드컵에서는 우리의 '색깔'로 보일 것 같아서 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을 제외하곤 상대방에 맞춰 수비적인 전술을 펼쳐왔다. 90분 동안 변변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수비만 하는 모습이 항상 아쉬웠다. 비록 크게 졌지만 브라질전을 비롯해서 코스타리카와 카메룬과의 막바지 평가전에서 엄청난 공격 전술을 펼친 것을 보고 월드컵에서 맞불을 놓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물론 우린 개관적인 전력은 약하다. 해외의 어떤 매체에서는 우리나라를 '여행자'로 평가했고 개인적으론 최근 우루과이 선수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첫 경기가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모습을 보이고 맞불을 놓고 모습을 기대한다. 


우린 생각보다 강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