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식 없더라도 잘살았으면 하는 사람
가끔 이메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다.
누구냐고?
음 인연이 좀 깊은 사람 좀 사족을 붙이자면
결혼의 문턱에서 멈춰서서 각자의 길로 되돌아간 사이
이러면 말하면 될까
몇 년간 연락이 없다가도
간혹 메일로 그러다가 소식이 끊기는 그런 사이
보낸 메일을 보면
한 글자 한 글자 마다 표정이 엿보인다
무심히 써내려간 글자마다 지나온 세월이 묻어난다
어느 때는 내 답장이 늦어질 때가 있다
머리를 긁적이다 시간만 잡아먹는 그런 순간이 있다
대학교 때였나 이런 말을 많이 들었었다
"아내 말 잘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아내와 맨발 우대식
신(神)께서 말씀하셨다
끼니 거르지 말라고
술 적당히 마시라고
지갑에 돈 없으면 추레하니 얼마라도 지니고 다니라고
그러던 신(神)께서 아파 누었다
이마에 돋은 정맥이 파르르 떤다
신(神)께 잘못했다고 수천 번을 빌었지만
신(神)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다
당신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저 탕아는 또다시 고모라 성(城)을 헤맬 것이라는 사실을
신(神)이 누워계신 한 계절
나는 발꿈치를 들고
주막에서 주막으로 돌아다녔으나
신(神)께서는 끝내 모른 채
누워계셨다
어찌 모르셨겠는가
다만
냉담(冷淡)으로 떠도는 한 인간을 가엽게 여겨
그렇게 다독인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섬광처럼 당신이 사라질 때
긴 회랑에서
집도 잃고 신(神)도 잃은
한 사내의 맨발이 남긴
더럽고 황망한 발자국을 당신은 만날 것이다
중요한 것을 잃은 자들은
모두 맨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