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조용히 멀어지는 자리, 조용히 아파하는 존재〉
회식 자리. 지안은 맥주잔을 들고 조용히 웃었다. 테이블 위엔 웃음이 넘쳤지만, 그 웃음은 지안에게 닿지 않았다. 사람들은 서로의 잔을 부딪히며 농담을 주고받았고, 지안은 그 틈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4인용 식탁이 여러 개 놓인 식당.
지안을 질투하던 네 명은 말도 없이 먼저 한 테이블에 앉았다.
지안은 그 옆 테이블에 혼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았지만, 그 무언의 선택은 지안에게 충분히 말이 되었다.
그 네 명 중 한 명은 지안과 조금은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이 마주쳤지만, 그 눈빛은 조용히 외면했다.
지안은 그 시선을 오래 붙잡지 않았다.
붙잡는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맥주잔을 천천히 돌렸다.
‘아… 쉽지 않네, 직장생활…’
말은 없었지만, 그 자리는 이미 감정으로 채워져 있었다. 불편함, 거리감, 그리고 묵묵한 단절.
누군가가 지안에게 말을 걸었다.
“지안 씨도 한 잔 더 하셔야죠~”
지안은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아요.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서요.”
그 말은 핑계였다.
진짜 이유는, 그 자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안은 그 거리를 더 좁히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친한 척하는 분위기 속에서, 지안은 조용히 단절을 선택했다.
말이 많을수록 감정은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날의 웃음은, 지안에게는 소음처럼 느껴졌다.
집에 돌아온 건 밤 10시. 현관문을 열자, 루이는 보이지 않았다.
“루이야?” 지안은 거실을 둘러봤다.
소파 아래, 침대 위, 화장실 앞. 루이는 구석에 힘없이 누워 있었다.
“왜 거기 있어…?” 지안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루이는 지안을 힐끔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눈을 감았다. 평소 같았으면 “냐옹—” 하고 반기거나 앞발로 다가왔을 텐데, 오늘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지안은 순간, 마음이 조용히 무너졌다.
“아픈 거야…?” 루이를 안아 들었지만, 루이는 힘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몸을 맡긴 채, 지안의 품에서 잠들었다.
지안은 소파에 앉아 루이를 품에 안고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 회식 자리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느꼈던 거리감, 말하지 못했던 서운함, 애써 웃었던 피로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늘 조심하고, 늘 거리 두고, 늘 혼자였는데…’ ‘루이까지 아프면 나는 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하지?’
지안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루이의 체온은 평소보다 낮게 느껴졌고, 그 조용한 무반응이 지안의 마음을 흔들었다. 말이 없다는 건, 때로는 가장 큰 신호였다.
그 밤, 지안은 말없이 루이 옆에 누워 있었다. 마음은 조금 무거웠고, 하루는 길게 느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흘린 감정들이 조용히 루이의 숨결에 기대어 가라앉았다. 말은 없었지만, 그 온기가 지안을 붙잡아주었다. 그렇게 지안은, 아주 천천히, 오늘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