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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출내기 Jan 10. 2024

설득, 이해, 납득

 그냥 좀 덮어놓고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굳이 끝까지 왜 라며 따지는 사람이 있다. 소위 되바라진 사람들이다. 그럴만하니 그랬겠지 하는 마음으로 쫌 그냥해주면 좋겠는데 사사건건 시시비비를 가리는 사람들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동시에 함께 하기에 꺼려지는 그런 사람들 이었다. 짐짓 내가 그런 존재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대세에 따라 가기 위해, 눈치를 보고 적당히 따라가는 문화가 우리에게는 있었다. 


해외에서 현지 직원들과 일을 하다 보면, 유독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냥 시키면 시키는 일을 열심히 했던 우리네 보통 회사원에게 갑자기 외국인 직원이 영어로 "Why" 를 묻기 시작하면, 대부분 이미 까라면 까는 다른 직원을 부르거나, 설명하느니 그냥 내가 하겠다는 마음으로 한숨을 푹 쉬고, 자리를 고쳐 앉기가 일상이다. 여기에서 보통 한국인 관리자들과 현지 직원들과의 소통의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곳곳에 존재하는 일방적인 소통의 현장이 결국 불통으로 끝나는 것은 이렇게 적당히 넘어가 주기를 바라는 귀찮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설득과 이해와 납득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고,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그냥 덮어놓고 까지 않고, 충분히 상대방이 받아 들일 수 있는 내용으로 설득하고, 대화하면, 상대방은 나의 요청 사항에 대해서 이해하게 될 터이고, 결국 그럴만 하다고 납득하여 긍정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서로의 다름이 하나의 생각으로 가까워 지는 것이다. 


충분하게 쌓아올린 서사는 우리를 허구의 주인공에게 더욱 더 몰입하게 만든다. 그들의 행위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고, 납득하게 된다. K Drama 가 각광을 받는 것을 보면, 우리는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왜 라고 질문하고, 여기에 답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것은 아닐까. 


이제 덮어놓고 누군가를 따라 가기에는 너무 복잡한 시대가 되었다. 그냥 내가 시키는 것만 해 라고 큰소리 치면서 누군가를 끌어줄 정도로 확실한 것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 주변에 아직 다듬어 지지 않은, 왜라고 물어보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모두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킬때 혼자서 배부르다며 에스프레소를 시킬 수 있는 그런 되바라진 사람이 있다면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이야기 해 보자. 분명히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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