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방식
미국사람들은 만나면 긍정적 소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상대의 감정 상태에 대한 안부로 대화를 시작하는 경향이 있고 그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 상태로 답변을 서로 나눈다고 한다. 물론 대화가 진행되면서 긍정적인 소식을 전하기도 하지만 속상한 일, 비판하고 싶은 사건,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 등등 다양한 내용이 진행되다가 어찌되든 대화를 종결할 때 좋은게 좋은거지 라는 식으로 사건을 대화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외부로 밀어낸 후에 대화를 마친다. 결과적으로 대화의 내용은 부정적이거나 험한 내용일 때가 있을지라도 대화하는 상대의 감정 상태는 밝은 이미지가 남는다.
분명 심각한 내용을 대화했는데 상대에 대해 남는 이미지가 밝다? 또는 내가 심각한 내용을 나누었는데 헤어질 때 환하게 웃으며 아무일 없다는 식으로 헤어진다? 사실 경험상 한국인으로서 이런 관계 메카니즘에 익숙하지 않으면 나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은 것 같은 뭔가 무시당한 느낌을 받는다. 미국에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았음에도 잘 적응하지 못한 이유인 것 같다.
그런데 독일인은 개인의 우울감과 불만 그리고 부정적 사안에 대한 비판으로 대화가 시작하여 그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결말을 맺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부정적 감정의 공유가 친근한 관계의 표현인 것이다. 직설적이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부정적인 내용을 대화 초반에 시작한다면 한국인이라면 크게 거부감을 느낄 것 같다.
한국인은 대화 시작에 상대가 속한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의 안위를 묻는다. 예를 들면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경우 "안녕하셨어요" 라는 상투적인 인사 후에 곧장 "부모님은 평안하시죠?" "애들은 잘 자라죠?" 라는 안부를 나눈 후에 대화가 시작한다. 그리고 본론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일단 두 사람과 관련 없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얘기를 하고 대화 말미에 가서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아주 조금 모호하게 나누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야 상대를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안심하고 가깝게 지낸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튀거나 까다로운 사람을 강하게 거부하는 까다로운 경향이 있다.
유형을 엄격하게 나누는 방식은 선입견을 갖게 할 수도 있다.한국인이지만 미국인과 독일인 같은 대화법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성향 분석과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나는 어떤 성향일까 궁금해진다. 주관적으로 볼 때 난 부정적 감정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고 상대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도 그 부정적 감정들과 사건들이 나의 일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편인 것 같다. 그리고 부정적 감정과 비판적 얘기를 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차원에서 나 자신은 그다지 예민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독일 사시는 분이 선물로 주신 초콜렛을 먹다가 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내 입맛에는 독일 초콜렛 제일 맛있는 것 같다 ^^ 독일은 돼지고기와 감자가 맛있다고도 한다. INFP인 나는 독일에서 태어날 걸 그랬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