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운타운에 살게 된 지 딱 한 달째다. 이곳 생활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으니 실생활에서 느끼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보인다. 이 둘은 극명하게 나뉜다.
LA 다운타운 살면 참 좋은 점
다운타운 야경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창밖으로 전광판 광고를 보고 있으면 카페나 레스토랑에 온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밤에 로컬 길이나 프리웨이로 다운타운에 진입하는 길은 솔직히 황홀하다. LA 도시에서 풍기는 인상은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이 주는 인상보다 더 역동적이고 세련됐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과 밴쿠버 다운타운도 가봤지만 LA 라이브 일대의 야경은 정말 일품이다. LA의 타임 스퀘어 광장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걸어서 10분 거리 안에는 온갖 편의시설이 있다.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 은행이 있다. 현금이 필요할 때면 걸어가서 ATM 앞에서 돈을 뽑을 수 있다. 5분만 걸어가면 핫한 Philz커피와 Shake Shack 버거, WholeFood Market이 있다. 10분만 걸어가면 백화점 Macys와 유니클로 매장이 있다. 미국은 보통 스벅을 가도 차로 5분을 가기 마련이다. 거의 모든 편의 시설을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건 정말 특혜다.
LA 다운타운 살면 참 나쁜 점
주말이면 주변이 시끄러워진다. 오늘은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집 앞 주차장에서 광고 촬영을 한다고 엄청 큰 음악을 틀어놨다.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평소 주기적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요란한 괴성과 소방차 및 경찰차 소리, 자동차 경적소리는 삼단 콤보로 정신 사납게 만든다.
밤에 이벤트 마치는 날이면 주변은 교통지옥으로 변한다. 외출 후 밤 10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미국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교통체증을 맛보고 말았다. NBA 농구 경기 끝나는 시간과 겹쳐 그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일일 주차비가 40불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서는 차들이 쉴 새 없이 나왔다. 결국 미국에서 차들이 무질서하게 꼬리를 물기를 하다교차로를 막아버리는 것을 보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서울 강남 퇴근길도 이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다운타운에 사는 건 즐겁다.
조용한 주택가에서도 살아봤고, 자연을 벗 삼아 캠핑도 수십 차례 해봤다. 조용함과 고독함 사이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북적북적한 도시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다운타운이 좋다. 나는 도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