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날씨가 온화하다. 이 때문에 홈리스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LA 다운타운 일대는 홈리스들의 파라다이스다. 장을 보러 Ralphs 마트에 가는 길에는 길바닥에 누워 있는 홈리스를 쉽게 볼 수 있다. 길 구석진 곳은 홈리스가 싸놓은 오줌 때문에 지린내가 진동한다.
LA에서 보이는 홈리스는 이전에 보던 홈리스와는 달랐다. 오렌지카운티나 베가스는 길에서 구걸하는 홈리스가 보였다면 LA는 길가에 텐트를 치거나 그냥 길에서 자는 생활형 홈리스가 주로 보였다.
방 창밖의 모습
지난주에는 아파트 맞은편 길에 주황색 텐트가 쳐졌다. 어느 홈리스가 자리를 튼 것이다. 현재 쫓겨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테헤란로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는 샘이다. 한국이면 하루도 안돼 구청 직원이나 경찰에게 쫓겨날 것이다.
그런데 대도시 LA에서 홈리스가 텐트 치고 길가에서 생활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LA 일대 고속도로 진입로 근처는 어딜가도 홈리스들의 텐트촌이다. 홈리스가 워낙에 많아 주정부도 어찌 손쓰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하루는 LA가 전국에서 홈리스가 제일 많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다운타운 번화가 근처까지 홈리스가 자리를 잡는 것을 보면 뉴스 내용이 실감이 간다.
집 앞에 주황색 텐트가 쳐진 지 며칠 되지 않아 옆에 다른 노숙자가 자리를 잡았다. 둘이 친구인지는 모르지만 사이좋게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근처에는 쓰레기통이, 위로는 나무가지가 있으니 우기가 시작된 지금 이들은 노숙하기 최적화된 장소를 찾은 샘이다. 오랜 노숙생활에서 나온 바이브 같단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에 어떻게 생활하는지 힐끔힐끔 관찰해보았다. 낮이 되면 밖으로 나와햇볕도 쬐고 책도 읽는 등 나름 루틴이 있는 것 같다. 가끔 어디론가 외출도 한다. 뭐를 먹고 사는지는 모르겠다. 최고의 미스테리다.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홈리스 텐트를 발견했다. 이 홈리스는 사람들에게 길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텐트를 쳤다. 얼핏 보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쫓겨나기를 여러 번 반복한 끝에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고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 자전거도 있는 것을 봐서 나름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집앞은 점점 노숙자 촌이 돼가고 있다. 길거리에선 반려견을 끌고 산책하는 잘차려 입은 사람과 홈리스가 공존한다. 미국 양극화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노숙자 문제는 LA 만의 문제도 아니고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길거리에 노숙자가 넘쳐나는 것은 씁쓸하다면 참 씁쓸한 현실이다.
노숙자들을 보며 가장 궁금한 점은 이들이 재활의지가 있을까하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노숙자를 돕는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싶다. 이들의 마음이 궁금하다.